[포토]
기아 이창진.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체력 떨어지는 걸 느껴요.”

KIA 이창진(28)은 이른바 ‘집돌이’다. 경기가 끝난 뒤 집이나 숙소로 돌아가면 거의 밖에 나가지 않는다. 그는 “평소에도 외부 출입을 잘 안하는데 요즘은 너무 힘들어서 거의 잠만 자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럴만 하다. 외국인 타자 제레미 헤즐베이커가 2군으로 내려간 지난달 5일부터 한 달 넘게 매 경기 출장 중이다. KIA 김기태 감독이 체력보충을 위해 한 번씩 벤치에서 시작하도록 배려한다고 해도 팀 상황을 고려하면 이창진이 빠질 수 없다. 어느덧 ‘대체불가 중견수’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본인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건국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4년 신인2차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60순위 내야수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KT에서도 백업 내야수로 13경기에 출정한 게 전부였다. KIA로 트레이드 된 이후 마무리캠프 때부터 외야수로 보직을 바꿨고, 내외야를 겸할 수 있는 유틸리티 백업 자원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런던 중 갑자기 주전으로 낙점됐고 지난 11일 광주 SK전까지 35경기에서 29안타 타율 0.299를 기록 중이다. 이창진은 “고교, 대학때부터 1군 그라운드에 서는 꿈을 꾸고 살았다. 관중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실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환희를 느낀다. 이게 참 중독성이 강해서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움직이고 있다. 더 많은 분들에게 응원을 받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포토] KIA 이창진,
KIA 이창진.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심리적으로는 풀 타임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다르다. 프로에 입단 해 지난해까지 1군에서 뛴 경기가 37경기에 불과했는데 한 달 이상 주전으로 꾸준히 출장하다보니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아무래도 매 경기, 매 타구에 집중하다보니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질 정도다. 시즌을 치른 노하우가 없으니 무조건 열심히하는 수밖에 없는데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창진뿐만 아니라 박찬호를 포함한 젊은 선수들이 대체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야구계에는 “신인들의 1군 유통기한은 한 달이 고비”라는 말이 있다. 긴장감과 압박감 등으로 붙박이 출장 한 달만이 지나면 체력이 완전히 방전된다는 의미다. 이 때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지에 따라 풀타임 연착륙 여부가 갈린다.

주축으로 뛴다는 의미는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에서도 어느정도는 경쟁력을 보인다는 뜻이다. 상대 분석도 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세밀해진다. 이창진은 “요즘 타석에 들어서면 분석당했다는 것을 느낀다. 볼 배합이 시즌 초반과 전혀 다르다”며 “나도 더 분석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4월 한 달간 타율 0.333로 경쟁력을 보였지만 5월부터 집중 견제에 0.222로 뚝 떨어졌다. 그나마 지난 10일과 11일 광주 SK전에서 안타 1개씩 때려내 자신감을 회복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창진은 “팀 성적이 안좋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젊은 선수들이 정말 사력을 다해 경기를 치르고 있다. 베테랑 형들이 컨디션을 회복하면 반등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 때에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쉴 때 잘 쉬고, 그라운드 위에서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팀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세대교체 주역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는 이창진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