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로그는 전지훈련지인 마이애미부터 본선이 치러질 브라질까지 월드컵 축구대표팀과 동행하며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있습니다.]
8일째 훈련을 하려던 대표팀이 예정되었던 시간에 훈련을 시작하지 못하고 한동안 실내로 대피해 있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치솟았던 마이애미의 날씨였기에 땡볕에서 훈련을 하게 될 거라 예상된 하루였지만 대표팀의 발을 묶어버린 건 바로 낙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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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훈련을 시작하기 전 선수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고 오늘의 주인공은 김창수였습니다. 인터뷰가 한창 진행될 때 어디선가 사이렌이 길게 울려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축구협회 관계자가 서둘러 취재진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낙뢰 경고 사이렌이 울렸으니 다 대피해야 합니다!”
목소리는 꽤 다급했고 그라운드 뒤 멀리에선 하늘이 번쩍이면서 천둥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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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는 게 참 많이 떨려요!”하던 김창수의 설레는 인터뷰는 어수선하게 서둘러 마감이 되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인터뷰를 하는 김창수는 아쉬웠겠지만 일단 번개부터 피하고 봐야지요. 미국에선 낙뢰 경보 사이렌이 울리며 무엇보다 실내로 대피부터 해야합니다. 그러니 일단 대피!
하늘은 점점 더 요란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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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에 설치한 철제 타워 뒤로도 벼락이 땅까지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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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선수단의 버스는 도착했지만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나오지 못하고 바로 라커룸으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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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구름들이 이동하는 쪽마다 벼락은 거세게 쳐댔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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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상 뇌우가 금방 그치지 않을 상황이 되자 대표팀은 실내 피트니스룸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의 시범을 따라 좁은 곳이지만 어쩔 수 없이 워밍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원래 대표팀의 훈련장 바로 옆에 있는 실내체육관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곳은 이미 가라데 대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터라 울며겨자먹기로 좁은 곳에서 몸을 풀 수 밖에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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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벼락이 치든 뭘 하든 우리는 진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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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더 세게 내려주마!’
하늘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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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언제 언제 그치는거야...’
뇌우가 그칠 기미가 안보이자 홍명보 감독도 걱정스러운 듯 밖으로 나와서 상황을 살핍니다. 홍감독도 급변해 버린 날씨를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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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또 치고... 변덕스런 마이애미의 하늘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심술을 부렸습니다.
결국 그렇게 1시간 30분이 지났습니다.
한바탕 번쩍거리고 쿵광대던 하늘이 조용해지더니 이제 낙뢰가 끝났음을 알리듯 비가 잠깐 쏟아졌습니다.
그리고는 금방 걷혀버린 하늘의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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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그친거죠?’
실내에서 몸을 풀었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왔습니다. 공포스러웠던 검은 하늘이 파랗게 색을 바꾸자 선수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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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경 시작하려던 훈련은 5시 30분이 지나서야 시작되었습니다.
구름이 걷힌 하늘 아래 선수들이 공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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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을 전개할 때는 말이야...”
마음이 급한 홍명보 감독도 그 어느 때보다 큰 액션으로 선수들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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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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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이 치고 또 치던 그 하늘 아래에서 선수들은 뛰고 또 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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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과 스트레칭으로 훈련이 마무리될 때까지 선수들은 그 어느 날보다 늦은 시간까지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벼락이 쳐도 비가 와도... 원정 첫 8강을 향한 축구대표팀의 훈련을 계속됩니다.
마이애미 | 글·사진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