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전공의법 시행 이후에도 전공의 평균 근무시간은 80시간을 훨씬 웃돕니다. 의료가 공공재로서 국민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전공의 처우개선을 간곡히 요청합니다.”(서울 대형병원 전공의 A씨)
고(故) 신형록 전공의는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월 1일 가천대길병원에서 36시간 연속근무를 하다 당직실에서 사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른 과로 기준 시간은 물론 전공의법이 규정한 수련시간보다 훨씬 웃도는 110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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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법’은 전공의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2015년 12월 제정됐다. 전공의법에는 주당 최대 수련시간(80시간), 최대 연속근무시간(36시간) 등의 내용을 담은 수련규칙 표준안을 담고 있으며, 수련병원장이 이를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고 신 전공의 사망 후에도 근무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서울 한 대형병원 외과 레지던트 B씨는 “여전히 수련이라는 명분 아래 최저임금도 안되는 급여를 받으며 주당 100시간에 가까운 격무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이 다수”라며 “병원에서 우리는 이른바 ‘슈퍼 을’인데 교수님께 전공의법에서 산정한 근로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집에 간다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의 피를 빨아 운영하는 게 한국의 대학병원이라는 걸 알지만 지금까지 버틴 시간이 있어 죽지 못해 일하고 있다”며 “신 전공의의 사례가 남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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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주당 최대 89.27시간(평균)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자신의 건강수준(주관적)에 이상이 있다고 답한 전공의는 24.61%(전체 3916명 중 964명)로 나타났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신형록 전공의 사망원인을 ‘만성과로’로 판단, 관련 자료를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에 제출했다”며 “고 신 전공의의 사망원인을 과로로 보지 않는다면 어떤 근로자가 과로사로 인정받을지 의문이며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공의의 살인적인 근무환경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의료의 미래와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전공의들이 더 이상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지 않도록 근무조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협의회장은 “야간당직시 담당 환자수 제한과 입원전담 전문의 확대를 통해 전공의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며 “수련환경 등이 병원 평가 지표에 반영되고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계 유관단체와 논의하고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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