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로맨스보다 더 설레는 ‘워맨스’에 푹 빠지게 되는 드라마. 시청률 흥행은 하지 못했지만,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하기엔 ‘검블유’가 남긴 의미는 꽤 크다.
25일 종영을 앞둔 tvN 수목극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는 실시간 검색어 조작을 위해 결탁한 정부와 대기업에 맞서는 포털 사이트 ‘유니콘’의 송가경(전혜진 분)과 ‘바로’의 배타미(임수정 분), 차현(이다희 분)의 이야기. 포털사이트, 심지어 검색어 조작이란 자극적인 소재와 ‘로맨스 장인’ 임수정이 극중 10살 연하남과 펼칠 가슴 떨린 로맨스가 주축을 이룰 것이란 예상은 회를 거듭될수록 빗겨나갔다.
‘검블유’에 등장하는 여성 3인방은 일과 사랑에 있어서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하다. 포털이란 자유로운 조직 안에서 여성으로서의 현실적 한계나 편견없이 오로지 본인들의 성취에 집중한다. 기업을 이끌어가는 이들도 모두 여성이다. 서로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면서 배타미, 차현, 송가경은 함께 성장해간다. 민폐녀나 백마 탄 왕자는 없다.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제목의 ‘WWW’가 포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여자주인공 3명을 뜻하는 ‘우먼들’로 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캐릭터”란 임수정의 말은 회가 거듭될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성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시대적 흐름에 맞춰 ‘걸크러시’를 내 건 영화, 드라마 속 많은 캐릭터들이 쏟아졌지만 ‘검블유’처럼 자신들의 욕망에 충실한 여성들은 찾기 어려웠다. 항상 여주인공의 욕망엔 ‘이유’가 필요했고, 한편으론 욕망을 욕심을 치부하기도 했다. “내 욕망엔 계기가 없어. 내 욕망은 내가 만드는 거야”라고 당당히 말하는 배타미의 말에 많은 이들이 통쾌했던 이유도 그 때문일 거다.
분노조절장애, 담배, 호스트바 등 그동안 드라마 내 여성 캐릭터에서 쉽게 발견하지 못했던 설정들도 낯설지만 신선하게 다가왔다. 차현은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폭행 전과범으로 성추행범을 전치 12주로 만들어버린다. 송가경은 1회부터 흡연자로 등장했고, 자신의 권력으로 유흥업소 남자의 외모 품평을 응징하기도 했다. 배타미, 차현, 송가경을 통해 ‘검블유’는 기존의 고착화됐던 여성 캐릭터 역할을 보란듯이 전복시켰다. 다소 극단적인 설정이란 평가도 시각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이들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건 어쩔 수 없는 이치다.
물론 배타미, 차현, 송가경 모두 각자의 로맨스를 갖고 있지만 모두 일보다는 뒷전이다. 연하남 박모건(장기용 분)의 끊임없는 대시에도 “일이 우선”이라고 밀어내고, 연애 시작 후 함께 밤을 보낸 뒤 배타미는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박모건에게 “책임질게”란 말로 안심시키기도 한다. 송가경은 자신만 바라보는 재벌가 남편 오진우(지승현 분)가 있어도 철저히 선을 긋고 유니콘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각자의 사연은 조금씩 다르지만 무엇보다 로맨스를 이끄는 세 남자 박모건, 오진우, 설지환(이재욱 분) 모두 여성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오길 기다리는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시청률이다. 첫 방송에서 시청률 2.4%(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가구 평균)로 출발한 ‘검블유’는 이후 3~4%대를 유지했다. 시청률은 밀리지만 화제성은 뒤지지 않는다. 한 방송 관계자는 “‘기승전 로맨스’로 빠졌던 기존 한국 드라마의 틀에서 벗어나 일하는 여성의 주체적 모습을 리얼하게 그렸고, 여기에 포털 회사란 신선한 배경과 로맨스에 있어서 남녀가 전복된 관계들이 잘 맞물렸다”며 “시청률은 아쉽지만 이런 지점들 덕분에 많은 바이럴 효과를 보며 높은 화제성 기록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