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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오래오래 나에게 향기로 기억될 작품.”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감초같은 역할로 극을 풍성하게 만드는 배우 하재숙(40)이 지난 23일 종영한 KBS2 월화극 ‘퍼퓸’을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극 중 하재숙은 한때 모델을 꿈꿨지만 남편 김태준(조한철 분)의 외도 속에서 점점 삶이 절망에 빠지고 현실에 안주하게 된 주부 민재희 역을 맡았다.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 우연히 기적의 향수를 만나 20대의 자신인 민예린(고원희 분)으로 변신, 모델의 꿈을 이루고 첫사랑인 서이도(신성록 분)와도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하재숙은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종영 인터뷰에서 민재희 역을 소화하기 위해 24kg를 감량했다고 밝혔다.
“극중 재희의 꿈이 모델이라 살을 많이 뺐다. 드라마 들어갈 때 감독님께서도 살을 좀 뺐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총 24kg 정도 뺐다. 첫 촬영부터 오늘까지 탄수화물을 하나도 먹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재희가 꼭 모델로 꿈을 이루는 걸 보고 싶어서 다이어트도 하고 걸음걸이나 자세도 많이 고쳤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하재숙은 아직 ‘퍼퓸’을 보내지 못한듯 인터뷰 내내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재희랑 정말 헤어지기 싫었다”는 하재숙은 “재희는 한마디로 진짜 안아주고 싶은 내 친구다. 실제로 재희와 성격이 비슷한 면도 많고 특히 외모적인 잣대가 심한 곳에서 일하다 보니 때론 자존감이 떨어지는 날들이 생기는데 그런 부분이 재희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었고 재희를 정말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하재숙은 108kg 거구 비주얼로 변신을 감행해 화제를 모았다. 매 촬영마다 4시간 이상 특수 분장을 하는 고행을 감내하기도 했다. 하재숙은 “특수분장을 위해 온몸에 본드를 붙이고 12시간 이상 있다보니 피부 트러블도 심하고 전신 슈트를 입으면 몸도 가누기도 힘들다”며 “한 번은 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잘못 숙여서 날아가서 다치기도 했다. 목 위로는 실리콘을 붙이니까 목이 졸리는 느낌이 들고 답답했다. 그런데 막상 분장을 벗으려고 하니 아쉽더라”라고 회상했다.
출연진과 호흡도 전했다. 로맨스 호흡을 맞춘 서이도 역의 신성록에 대해선 “목소리가 참 좋더라. 장난처럼 얘기해도 진심으로 느껴지게 하는 힘이 있다. KBS2 ‘공항가는 길’ 때 이후 재회긴 하지만 당시 한 번도 촬영을 같이 한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이번 작품에서 서로에게 너무 좋은 자극이었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제게 좋은 시너지를 줬다”며 “서로 호흡도 너무 좋아서 대사를 외워서 연습한다기보다 서로의 이야기, 리액션을 듣고 대사를 했다. 이도에게 공감도 많이 돼서 감정신들을 찍을 땐 새벽 5시 울라고 해도 눈물이 펑펑 나더라”라고 전했다.
또 고원희에 대해선 “원희랑은 2인1역이라 어떻게 싱크를 맞출까 굉장히 서로 회의를 많이 했는데 결국엔 쓰잘데기 없더라”라고 웃으며 “제가 안나오는 신에도 예린이를 보며 저라고 생각하며 봤다. 서로 분장실도 옆방이라 왕래 많이 했고 서로 자주 연기에 대해 조언해주며 편하게 연기했다. 보통 두 사람이 같은 배역을 맡으면 서로 돋보이고 싶은 욕심이 날만도 한데 서로 돋보이게 해주고 편하게 해주려 노력했던 거 같다”고 칭찬했다.
‘퍼퓸’ 결말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마지막회에서 민재희는 향수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오롯이 서이도 앞에 서며 해피 엔딩을 맞았다. 향수는 간절한 소원이 만들어낸 기적이지만, 결국 운명을 바꾸는 건 자기 자신이란 메시지였다. “메시지가 잘 전달된거 같다. 이도와 재희가 어떠게 만날까가 저도 참 궁금했는데 재희가 재희로서 당당하게 서야 더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였지 않나. 결국 답은 나였다는 그 해석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드라마 초반엔 뚱뚱하던 민재희가 젊고 날씬한 민예린으로 변한 뒤 자신감을 찾는 모습이 그려지며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재숙은 “사실 저도 이런 지점 때문에 드라마를 할까말까 너무 고민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감독의 배려와 믿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그는 “초반에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저도 사실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1부 대본만 받았어서 결론이 이대로 나면 내가 할순 없겠다 싶었다. 대본을 읽고 감독님과 만났는데 제게 말씀하신 첫 마디가 ‘혹시 기분은 안나쁘시던가요’였다. 그리고 뒤에는 그렇게 안 풀릴 거라고 강조하셨다”며 “특히 이도와의 로맨스가 있다고 하길래 덥석 하겠다 했다. 특수분장과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얘기하시더라. 속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퍼퓸’은 드라마 시작 전 고준희, 에릭 등이 출연을 고사하며 캐스팅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하재숙은 “걱정이 안됐다면 거짓말인데 이런 일이 사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가끔씩 있는 일이다”라며 “제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를 잘 해야할까만 고민해서 제겐 크게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결국엔 너무나 좋은 배우들이 와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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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