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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김승규(29·울산 현대)의 유턴으로 성사된 골키퍼 맞대결이 K리그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김승규는 지난 3년6개월 만에 J리그 생활을 접고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6일 공식 발표 후 이튿날 바로 팀 훈련에 합류했으니 공식 복귀전을 치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사흘 남짓이었다. 경기를 앞둔 김도훈 울산 감독도 ‘적응’에 방점을 찍었지만 김승규는 울산이 내린 결단의 이유를 스스로 증명했다. 골킥으로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진풍경까지 선보이며 홈 팬들의 폭발적인 환대에 화답했다. 그는 “오랜만에 울산에 돌아와 홈에서 뛰는 경기였다. 그간 팀 성적도 좋고 (오)승훈이 형이 잘해와서 사실 부담이 있었다. 내게는 물론 팀에도 중요한 경기라 꼭 이기고 싶었는데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어서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첫 경기로 몸을 푼 김승규가 리그에 연착륙하면서 줄줄이 예고된 골키퍼 매치업도 흥미로워졌다. 당장 오는 3일 제주 원정에서는 운명이 엇갈린 오승훈(31)과 마주한다. 대전과 상주를 거쳐 지난해 울산으로 이적한 오승훈은 올 시즌 주전 골키퍼로 자리잡았다. 22라운드까지 20경기 17실점으로 올시즌 울산을 리그 최소 실점(18점) 팀으로 올려놓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김승규의 복귀로 인해 자리를 잃게 되자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제주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오승훈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일전이다.
오는 11일에는 ‘국가대표’ 수문장이 격돌한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낳은 스타인 조현우가 지키는 대구FC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빌드업에 강점을 보이는 김승규와 선방에 특화된 조현우는 최근 몇 년간 대표팀의 장갑을 주고받아왔다. 지난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는 김승규가 조현우를 밀어내며 주전으로 뛰고 있다. 과거에는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 태극마크를 단 골키퍼들이 주로 일본에서 뛴 탓에 이런 대결을 국내에서 보기가 쉽지 않았다. 대표팀 경쟁 구도가 만드는 ‘빅뱅’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리그 우승 가도에서도 골키퍼가 관건이 됐다. 올 시즌 전북과 울산은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왔다. 양 팀 모두 14승6무2패로 전반기를 마무리했으나 다득점에서 전북이 앞서 울산에 한 계단 앞섰는데 지난달 30일 전북보다 하루 먼저 23라운드를 치른 울산이 난적 FC서울을 3-1로 누르며 선두를 탈환했다. 선두 각축을 벌이고 있는 두 팀은 16일 후반기 첫 맞대결을 벌이는데 성숙한 김승규와 성장한 송범근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경기가 될 전망이다. 만 22세의 송범근은 올 시즌 K리그1의 주전 골키퍼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7년의 경험을 앞세운 김승규 카드로 울산이 앞서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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