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함보다 현실을 깨달았던 순간, 뮤지컬이 그의 발목을 붙잡다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당장은 꼴도 보기 싫은 현실이었다. 하지만 평생 꿈인 뮤지컬 배우로서의 삶은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뮤지컬계가 뒤늦게 ‘끼쟁이’를 알아보고 ‘천상배우’ 장지후의 발목을 붙잡고 안 놓아준다.
장지후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열린 프레스콜을 통해 서른 살을 앞둔 20대의 마지막 해를 “해외로 도망갔던 시기”라면서도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틱틱붐’은 뮤지컬 ‘렌트’를 탄생시킨 비운의 천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작품으로, 그 자체를 주인공 ‘존’의 이야기로 풀이한다. 1990년 서른번째 생일을 앞둔 일주일 동안 ‘존’에게 펼쳐지는 우정과 사랑, 희망과 고통 등을 젊은이의 시각에서 표현한다.
‘막내 존’보다 생일이 6개월 빨라, 둘째가 된 장지후는 29살이 되던 해 한국에서의 활동을 과감히 접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시작 전’이었지만, 그땐 불투명한 미래에 미련을 두고 싶지 않았다. 무모한 도전보단 뜻이 있는 길을 선택하려 했던 ‘상남자’ 마인드였을지도 모른다.
배우의 꿈을 품었던 29살 장지후는 마음의 결정을 세게 내렸다. 하지만 결국 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장지후는 “‘뮤지컬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형들과 함께 충무로 가서 청소부터 하자고 이야기했다. 배우는 계속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프로필 돌리고, 촬영장을 돌아다녔던 시기였다. 생각 정리도 필요했다”며 “여러 이유로 그만해야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해외로 도망간 적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와 뮤지컬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젠 한국 뮤지컬계를 이끌어가는 대표 배우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중소극장을 넘나들고 대극장 무대까지 꿰찼다.
장지후는 “사실 그땐 너무 컸던 고민이었고 큰 결정이었으며 다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내가 측은하고 귀엽고 철없어 보인다”며 “지금 (뮤지컬을) 재밌게 잘하고 있다. 커다랗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39살, 49살이 되면 또 어떻게 느껴질까 궁금하다”며 여운을 남겼다.
인생의 한조각을 보여주는 듯한 감동이 있는 ‘틱틱붐’은 내년 2월2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펼쳐진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