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주희 기자] 홍콩 시위가 두 달이 넘어가고 중국 당국의 무력 진압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사태가 점점 격화하면서 홍콩 관련 금융상품에 돈을 넣어둔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H주)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는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절반 이상이 기초자산으로 삼는 지수라 더 주목된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중복 합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32조1869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전체 ELS 발행액(47조6585억원) 가운데 67.5%를 차지했다.

홍콩H지수가 기초자산으로 포함된 ELS는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35조3594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H지수 연계 ELS의 월별 발행액은 지난해 12월 1조5528억원에서 올 1월 2조4333억원, 2월 3조1932억원으로 뛰었고 H지수가 상승세를 타던 3월과 4월에는 각각 6조8121억원, 7조533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수가 내림세였던 5월에도 7조1205억원 어치가 발행됐고 6월에도 5조943억원으로 발행 금액이 적지 않았다. 7월에도 5조5383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이에 따라 7월 말 기준으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미상환 잔액은 42조5999억원으로 집계됐다.

ELS는 만기 내에 기초자산 가격이 미리 정해진 수준 밑으로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최근 H지수 하락에 따라 관련 상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H지수는 지난 16일(종가 기준) 현재 9981.12를 기록해 이전 고점인 4월 17일의 11,848.98에 비해 15.8% 내린 상태다. 이 고점 수준에서 ELS에 투자한 경우 지수가 7700선 밑으로 떨어질 경우 원금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ELS 상품 대부분의 원금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은 발행 시점 지수 대비 35~50% 가량 하락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증시 전문가들은 H지수가 현 수준에서 20% 이상 더 내릴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은 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8월 13일 현재 H지수는 9847포인트로, 지난해 말 대비 2.7% 하락한 수준이어서 이 지수 연계 ELS의 손실 가능성이 아직은 희박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지수형 ELS 상품의 H지수 쏠림 문제는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H지수는 다른 해외 주가지수보다 변동성이 커 증권사들이 관련 파생상품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기 좋아 ELS의 기초자산으로 편입하는 비중이 높다.

지난 2015년 하반기에도 H지수의 하락으로 관련 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과 쏠림 현상이 지적되면서 업계의 자율 합의를 통해 H지수 편입 ELS 발행이 한동안 중단된 적이 있다.

그러나 증권사 간 상품 수익률 경쟁으로 지난해부터 다시 H지수 편입 ELS 발행이 급증하는 추세다.

ELS는 연 4∼6%가량의 수익을 내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어 업계 내에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은행 창구 등을 통해 금융 지식이 적은 신규 고객이나 고령 투자자에게 불완전 판매되는 경우도 있어 계속해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금감원은 조만간 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홍콩시장 변동과 H지수의 급락 가능성 등에 대비해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파악해 점검하고 관리하도록 당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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