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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정수 기자] “유한양행이 신약개발 업체로 빠르게 성장한 것은 과감한 투자와 신뢰로 다져진 파트너십, 전례 없는 인사를 적극 활용했기에 가능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2019 서울 바이오이코노미 포럼’에 연자로 참석해 유한양행이 거쳐 온 신약개발 변천사에 대해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매출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은 2014년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먼저 1조원대 매출 달성에 성공하는 등 우수한 영업력을 밑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산업에서 본격적으로 요구된 신약개발에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
이에 2015년 대표이사에 오른 이정희 사장은 체질전환을 과감히 시도했다. 신약개발로 비즈니스 혁신을 이뤄내야만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모든 자금을 신약 연구개발(R&D)에 집중시켰다.
자금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에 적극 활용됐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술력을 갖춘 업체·기관에 투자해 공동연구 등으로 신약개발 역량을 늘리는 방법이다. 유한양행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23개 업체에 2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한해 600억원 수준이었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1100억원까지 늘어났고, 올해는 17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사장은 “생각해보면 4년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23개 업체와 손을 잡기 위해선 늘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며 “이 성과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현황)은 14개에서 27개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1000억원 이상 소요되는 표적항암제 3상 글로벌 임상시험도 추진할 계획인데 영업이익이 500억~600억원인 상황에서 걱정은 된다”면서도 “이 길이 회사와 국내 제약산업을 발전시키는 길임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사장은 길리어드, 베링거인겔하임 등 과거 수년간 공동판매 계약으로 맺어진 해외제약사와의 인연을 적극 활용했다. 이들에게 공동판매가 아닌 신약개발에 대한 협력을 제안했고, 그 결과 이 사장은 취임 5년 만에 이들을 포함해 총 4개 해외 제약사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4건의 기술수출 규모는 약 3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 사장은 “해외 업체와의 조그만 끈이라도 있다면 이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도 오픈이노베이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이를 위해선 두터운 신뢰로 다져진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재 영입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능력에 따른 고액 연봉과 높은 직급은 보수적인 문화가 깔려 있는 국내 회사로선 익숙지 않다. 그러나 이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생각이다.
이 사장은 “사장보다도 많은 연봉을 요구하는 연구소장, 젊은 나이임에도 높은 직급을 원하는 사업개발 책임자 등 인재 영입을 위해선 기존 인사체계 틀을 깨야만 했다”면서 “그런 것을 감수하고 채용했고, 이들은 유한양행이 여기까지 오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leejs@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