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수지기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옛말이 있다. 온갖 곡식이 무르익는 시기인 만큼 잘 먹고, 잘 입고, 편안하게 살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실제로 추석은 풍요를 상징하는 민족대명절이다. 따라서 추석이 되면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 놓고 가족, 친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풍요를 넘어 범람에 이르는 사례가 다반사라는 점이다. 즐거운 마음, 들뜬 마음이 과해 과식, 과음을 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를 이루는 것이다. 그 결과 역류성식도염 등의 소화기 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식도는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위까지 전달하는 통로와 같은 존재다. 길이는 보통 20~25cm 정도로 총 3개의 근육층과 4개의 협착부를 갖추고 있다. 4개의 협착부 가운데 가장 아래에 위치한 것을 횡격막협착부라고 부른다. 위와 직접 연결되는 식도 부위로 음식물 역류를 차단하는 하부식도괄약근이 위치해 있다.

하부식도괄약근은 위로 한 번 내려간 음식물이 다시 식도로 넘어오지 않도록 하는 차단막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하부식도괄약근 기능 이상이 발생했을 때 음식물이 역류하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이를 역류성식도염이라고 부른다.


추석 명절 시기에 역류성식도염 발병이 빈번한 것은 과식, 과음과 연관이 깊다. 명절 때 자주 먹는 튀김, 육류, 술 등은 하부식도괄약근 압력을 줄이고 기능 이상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다. 특히 술을 마신 후 구토를 할 경우 하부식도괄약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부식도괄약근 압력이 저하되면 위장 내 위산, 펩신 등의 물질이 다시 식도로 넘어온다. 이로 인해 식도 점막을 자극,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역류성식도염 주요 발병 기전이다.


역류성식도염 발병 시 가슴이 쓰린 증상과 더불어 소화불량, 목 내부 이물감, 연하곤란, 연하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식도는 위에 비해 위산 방어 능력이 낮다. 따라서 신물, 쓴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점막 손상은 물론 출혈까지 초래할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역류성식도염을 단순 소화불량으로 여겨 방치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역류성식도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식도협착 등의 추가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나아가 식도 점막 조직 변성에 의해 바렛(Barretts) 식도로 발전하기도 한다. 바렛식도가 나타난 경우 식도암까지 진행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만약 추석 명절 이후 가슴이 답답한 현상, 소화불량, 목 내부 이물감 등이 느껴진다면 역류성식도염을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해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고려할 수 있는 검사 방법으로 위내시경이 있다. 위내시경은 식도 뿐 아니라 위, 십이지장 등의 질병 진단을 위한 대표적인 검사 방법이다. 이외에 식도내압검사, 24시간 보행성 산도 측정 검사 등이 있다.


검사 후 역류성식도염으로 진단이 이뤄졌다면 약물 치료 후 식생활 개선 등의 생활요법으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하면 점막 절제술, 점막하 박리술 등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치료 후에는 과식을 삼가고 탄산음료나 기름진 음식, 커피, 초콜릿, 술, 담배 등은 피해야 한다. 또한 식후 바로 눕는 행동도 피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해운대내과 원장 김민식(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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