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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저기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포기하면 되겠나.”
15일 문학 SK 원정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5강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 말에 타격 훈련 중인 선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KT는 지난 주까지 NC와 공동 5위를 형성했지만 이후 삼성에 연달아 패하고 NC와 단두대 매치에서 모조리 패했다. NC에 3.5경기 뒤진 6위로 밀려났다. 이날 경기 전까지 KT는 9경기, NC는 10경기를 남은터라 불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감독과 선수단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을 행동으로 보였다.
이 감독의 과감한 용병술과 선수들의 승부 근성이 빛났다. 특히 5-2로 앞선 5회 선발 투수 라울 알칸타라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선두 타자 김성현에게 우전안타, 노수광에게 볼넷을 연달아 허용했다. 고종욱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혔지만 다음 타자 최정에게 동점 스리런포를 얻어맞았다. 앞서 1회에서도 최정에게 홈런포를 내준 알칸타라였기에 심리적 부담이 컸다. 갈 길 바쁜 KT가 SK만의 힘에 휘청거리면서 승기를 내주는 듯했다.
하지만 가을야구를 향한 간절함, KT만의 승부 근성이 이때부터 더 빛이 났다. 6회 초 1사 1,2루에서 이전까지 3타점을 해낸 오태곤이 타석에 들어섰는데, 이 감독은 대타 유한준을 기용했다. 유한준은 보란듯이 SK 다섯 번째 투수 김태훈을 상대로 좌전 2루타를 터뜨렸다. 2루 주자 심우준이 홈을 밟으면서 1점을 더 달아났다. 그리고 8회엔 안승한 대신 장성우를 투입했다. 장성우는 SK 바뀐 투수 서진용의 초구 직구를 받아쳐 솔로포로 연결, 점수 차를 7-5로 벌렸다.
8회 말 1사에서 KT는 마무리 이대은이 조기에 투입됐다. 그러나 김강민과 승부에서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으면 1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KT는 곧바로 SK 추격 의지를 꺾었다. 그것도 매우 흥미로운 맞대결에서 비롯됐다. SK 염경엽 감독은 이날 9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토종 에이스 김광현을 구원 투수로 깜짝 기용했다. 김광현이 다음 선발 등판을 대비해 불펜 투구를 하는 날이었는데, 이날 불펜진 소모가 컸던만큼 미리 마무리 투수로 대기시켰다. 비록 점수는 뒤지고 있었지만 김광현이 스스로 마운드에 오르기를 원했다. 모두의 시선이 김광현에게 향했는데 상대 타자로 나선 KT 6번 황재균이 김광현의 2구째 직구를 통타, 중월 솔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그야말로 타선의 용병술과 집중력이 모두 빛난 승부였다.
마운드에서도 알칸타라가 부진했지만 불펜진이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특히 이 감독이 향후 롱릴리프 기용을 밝힌 김민수가 이날 알칸타라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1.1이닝 무실점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KT의 가을야구 꿈은 아직 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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