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턱밑 까지 추격하는 박병호의 투런
키움 박병호.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명불허전’이다. 키움 타선의 중심 박병호(33)가 또 한 번 팀을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2연속경기 아치를 결정적인 순간에 그려내 이대호가 갖고 있던 ‘조선의 4번타자’ 지위를 빼앗아올 충분한 이유를 증명했다.

박병호는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L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 1-4로 뒤진 8회말 1사 1루에서 LG 두 번째 투수 김대현이 던진 가운데 높은 포심 패스트볼(147㎞)을 걷어 올렸다. 고척돔을 정확히 반으로 가르며 뻗어가던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LG 중견수 이천웅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켜보게 만들었다. 침묵하던 1루측 스탠드가 이내 열광의 도가니가 됐고, 박병호는 당당하게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여전히 뒤지고 있어 준PO 1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렸을 때보다 포효는 작았지만, 그의 홈런이 터지는 순간 키움 더그아웃은 ‘뒤집을 수 있다’는 확신에 찬 분위기로 돌변했다.

결정적인 홈런은 극적인 순간에 나왔다. 상대 선발 차우찬의 커브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마지막 타석 전까지 3타수 3삼진으로 체면을 구겼다. 홈런타자는 삼진이 많다지만 팀 타선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터라 ‘한 건 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듯 한 표정이었다. 키움 선수들은 “(박)병호 형이 타석에 들어서면 뭔가 일을 낼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존재만으로도 꽉 찬 느낌”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선, 신념에 가까운 표정으로 박병호를 바라봤다. 박병호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제는 내가 후배들에게 묻어가는 처지”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리며 타격감 찾기에 골몰했다.

시즌 내 괴롭혀오던 손목 통증도 6연속시즌 100타점 대기록을 스스로 포기하면서까지 다스렸다. 정규시즌을 98타점으로 마쳐 기록 달성에 실패한 아쉬움을 포스트시즌에서 마음껏 풀어내고 있는 셈이다. 4번타자의 홈런은 그 자체로 팀 분위기를 바꿔 놓는다. 1점 차까지 따라붙은 키움은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서건창의 좌전 적시타로 기어이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2사 만루에서 KBO리그 최초로 포스트시즌(PS) 2연속경기 끝내기 진기록을 세울 기회에서 3루 땅볼로 돌아섰지만, 이미 분위기는 키움이 장악한 뒤였다.

실제로 키움은 연장 10회말 선두타자 김하성이 좌중간 안타로 포문을 연 뒤 희생번트로 끝내기 기회를 잡았다. 주효상 타석 때 LG 투수 진해수가 2루 견제를 중견수에게 했고, 큰 힘 들이지 않고 1사 3루 기회를 잡았다. 주효상의 타구는 전진수비하던 LG 2루수 윤진호가 다이빙캐치로 걷어냈지만, 이미 김하성은 홈을 밟은 뒤였다. 역대 PS 최초로 끝내기 내야 땅볼이 나온 순간이었다.

짜릿한 역전의 희망을 살린 영웅은 단연 박병호였다. 극적인 동점타를 친 서건창이 데일리 MVP로 선정됐지만, 4번타자가 왜 팀의 상징인지 여과없이 드러난 준PO 2차전이다. 지금까지 준PO는 박병호 시리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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