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만루 기회 놓친 김현수의 한숨
LG 김현수 사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아! 옛날이여….’

한때 ‘좌타 왕국’으로 불려, 상대팀이 줄곧 왼손 투수를 표적 선발등판 시켰던 LG가 좌타자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카를로스 페게로의 홈런으로 최소한의 자존심은 세웠지만 여전히 배가 고프다. 특히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리드오프 이천웅과 4번타자 김현수의 부진은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벼랑끝에 몰린 LG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떠올랐다.

LG는 전통적인 ‘좌타 강국’이었다. 서용빈(SPOTV 해설위원) 이병규(현 LG코치), 박용택 등이 LG의 대표적 좌타자다. 그러나 이병규의 은퇴와 박용택의 노쇠화로 ‘좌타 강국’의 영광은 점점 흐려졌다. 현실적으로 LG가 기댈 수 있는 거포 좌타자는 김현수 뿐이었다. 그러나 ‘가을 바보’ 꼬리표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김현수의 방망이는 포스트시즌에 들어서자마자 힘을 쓰지 못했다.

김현수는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PO 3경기에서 16타수 2안타 1볼넷 2삼진 1타점으로 부진했다. 타율은 0.125에 불과하다. 키움과 준PO 2차전 1회 1사 1, 3루에서 쳐낸 안타 하나만 그나마 제 몫을 해낸 순간이었다. 부진은 가장 중요한 3차전까지 이어졌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더 침묵했다.김현수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 8차례나 타석에 섰지만, 안타는 고작 한 번에 불과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율도 0.125다. 키움 4번 타자 박병호가 중요한 순간 큰 ‘한 방’을 터트렸던 것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행보다. 정규시즌 타율은 준수했기에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김현수는 정규시즌 득점권 타율 0.329로 중심타자 역할을 잘 해냈다.

좌타자 부진은 김현수 뿐이 아니다. 3차전에선 이천웅마저 침묵했다. 이천웅은 9일 열린 준PO 3차전에서 중견수 1번타자로 출전했지만,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테이블 세터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LG를 가을로 이끌었던 외인타자 카를로스 페게로도 가을 슬럼프를 겪었다. 페게로 역시 정규시즌까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 들어선 후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1차전에서도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해 2, 3차전에는 벤치 멤버가 됐다. LG 류중일 감독은 “페게로 타석에서 대타를 쓸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할 정도로 굳건한 신뢰를 보였지만, 계속되는 부진에 결국 박용택을 대타로 기용했다.

다행히 체면은 세웠다. 페게로는 9일 열린 준PO 3차전에서 5회 3번타자 이형종과 교체됐다. 교체 카드는 제대로 먹혔다. 페게로는 8회말 키움 불펜 김상수의 125㎞ 포크볼을 받아치는 솔로포를 뽑 내며 길었던 가을 갈증을 해소했다. 또 다른 좌타자 오지환의 복귀도 반가운 소식이다. 발목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내내 자리를 비웠던 오지환은 이날 5회 9번타자 구본혁과 교체돼 오랜만에 타석에 섰다. 주루 플레이까지 하며 부상에서 어느정도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벼랑 끝에 몰렸던 LG는 오지환의 복귀와 페게로의 부활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3차전 극적인 승리로 플레이오프 희망의 불씨도 살아났다. 남은 것은 좌타자의 부활이다. ‘좌타 강국’의 명성을 회복한다면, LG의 가을은 조금 더 길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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