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환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무언가 요란하지 않지만 묵직한 힘이 있다. 배우 우도환의 연기가 그렇다. JTBC ‘나의 나라’로 첫 사극에 도전한 우도환이 새로운 캐릭터를 맞춤옷처럼 입고 안방극장을 매료시키고 있다. 혜성같이 어느 날 반짝 나타난 배우가 아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우도환이기에 이번 활약 역시 성장형 배우의 좋은 예로 비치고 있다.

JTBC ‘나의 나라’는 고려 말 조선 초 격동의 시대가 배경으로 역동적인 서사 속 주요 캐릭터들의 신념을 위한 대립과 야망을 그린다. 첫 방송은 3%대로 출발했지만 점점 상승 곡선을 타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6회는 전국 5.0%, 수도권 5.2%(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 정통 사극보다 퓨전 사극이 주를 이뤘기에 괄목할만한 성과다.

무관 남선호 역할을 맡은 우도환은 우정과 신념, 권력 사이에서 오는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변주하며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양세종과 투톱으로 나섰지만 자신만의 연기 색깔로 빛을 내는 중이다.

남선호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서휘(양세종 분)와 둘도 없는 친구에서 적이 되어버린 인물이다. 그 후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에 괴로워하지만, 노비 출신인 어머니로 인해 족보에 오를 수 없어 권력을 갖고자 서휘 그리고 세상과 분투해야 한다. 때문에 요동치는 심경을 가질 수밖에 없는 바. 우도환은 이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서휘와 사이가 틀어지기 전, 밝고 장난스러운 모습도 비췄지만 이제 대부분의 낯빛은 결연한 눈빛과 비장함으로 채우고 날카롭기만 할 것 같은 눈빛은 원망과 슬픔, 분노 등을 풍부하게 쏟아낸다. 액션 연기도 자연스레 체화해 남선호를 완벽하게 완성했다.

사실 우도환의 배우 인생 그 시작은 미약했다. 2011년 MBN 드라마 ‘왔어 왔어 제대로 왔어’로 단역으로 데뷔한 그는 KBS2 ‘우리집에 사는 남자’, 영화 ‘인천상륙작전’에도 얼굴을 비췄지만 이름을 알리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영화 ‘마스터’를 기점으로 기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진회장(이병헌 분)을 따르는 킬러 스냅백으로 등장해 짧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고 이후 2017년 OCN ‘구해줘’, KBS2 ‘매드독’으로 주연에 올라 장르물도 거뜬히 소화했다. 지난해 MBC ‘위대한 유혹자’에서는 도발적인 캐릭터를 입고 로맨스 연기도 선보였다. 결과적으로는 시청률이 저조해 아쉬웠지만, 기세를 몰아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는 점이 우도환을 성장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광고계에서도 러브콜을 받게 된 우도환의 올해는 더욱 뜨거웠다.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사자’로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데 이어 내달 개봉하는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까지. 스크린과 안방극장 모두 사로잡은 우도환이다. 2020년 상반기 공개되는 김은숙 작가의 새 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순간 섬광이 치듯 존재감을 남기는 것 또한 대단한 성과이겠지만, 이처럼 긴 무명 시절을 딛고 이젠 20대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로 우뚝 선 우도환의 성장 또한 눈부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날카로운 눈매라 악역이나 센 역할만 어울릴듯싶지만 웃을 땐 나름의 해맑은 이미지가 있다. 반전을 주는 풍부한 표정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방송 관계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무명시절 작은 단역이도 마다하지 않고 연기를 꾸준히 준비해왔다. 그래서 최근 공백기 없이 활동하는 성과를 얻은 케이스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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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