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막말 논란 송성문, 죄송합니다...
키움 송성문이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9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앞서 덕아웃 막말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두산 선수단에 대한 직접 사과는 2차전 후 진행할 예정이다. 송성문은 1차전에서 두산 선수단을 향해 막말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더그아웃 영상 공개로 불거진 송성문(키움) 막말 논란은 ‘팬 퍼스트’ 의식 실종이 불러온 비극이다.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도 고개를 숙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영상 콘텐츠 제작과 배포의 본질이 소비자, 즉 팬들의 만족에 있다는 것을 촬영 업체와 선수단이 확실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24일 본지와 통화에서 “송성문 선수의 발언이 잘못된 건 명백한 사실”이라며 사과했다. 그는 “인성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 동업자 정신에 비춰봤을 때도 분명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다. 선수협 차원에서 이사회나 총회 때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게 교육을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의 전후관계를 따지기에 앞서 송성문의 발언 수위가 지나쳤다는 것을 인정하고 경각심을 갖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다만 사전 협의없이 정제되지 않은 영상 촬영이 진행, 배포된 점도 꼬집었다. 김 사무총장은 “합의되지 않은 영상을 촬영해 유통한 미디어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팬 서비스 일환으로 KBO나 구단에서 자체적으로 중계화면에 잡히지 않는 더그아웃 풍경을 찍어서 생생하게 전달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걸러지지 않은 영상이 내보내질 경우 오히려 분위기가 경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수와 팬을 더욱 가깝게 해줬던 영상 콘텐츠가 오히려 선수와 팬을 반목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변질될 것을 지적한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이번 논란도 결과적으로 팬 서비스 차원에서 한 일이 오히려 선수들과 팬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해당 관계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토] 키움의 원정팬들, 한국시리즈 달구는 응원!
키움의 원정팬들이 22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9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사과의 경기에서 6-6으로 맞선 8회 열띤 응원을 펼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이번 막말 논란은 ‘팬 퍼스트’ 의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영상을 촬영한 업체나 영상에 담긴 선수 모두 촬영과 배포가 팬 서비스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막말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 선수를 향한 도가 지나친 발언, 사전 협의되지 않은 촬영과 배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영상 콘텐츠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깨닫는 것이 우선이다. 영상 촬영의 주체(업체)와 객체(선수)가 영상 콘텐츠 제작 본질을 깨닫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팬 퍼스트’ 의식이 자리잡지 않는다면 범람하고 있는 영상 콘텐츠 홍수 속에서 이번 논란과 비슷한 사건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경기 중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의 감정 표현을 제한할 순 없다. 다만 듣는 이를 찌푸리게 하는 원색적인 표현보다 상대의 플레이에도 박수쳐주고 존중하는 표현을 더 적극적으로 보여주면 어떨까. 메이저리그에서는 치열한 혈투 중에도 상황에 따라 상대 선수에게 존중의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선수들은 공인이다. 일거수일투족이 팬들의 행동과 언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선수들이 솔선수범해 품격있는 모습을 보이고, 해당 장면이 영상을 통해 팬들에게 전달돼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만든다면 KBO리그의 품격은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 항상 ‘팬 퍼스트’ 의식을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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