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제100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가 지난달 10일 막을 내렸다. 100회를 맞는 뜻깊은 대회였지만 언론은 제100회 전국체전을 막말과 성희롱이 만연한 인권침해의 현장이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계는 2017년 미투 운동 후부터 성범죄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투 운동은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시작한 캠페인인데 2017년이 되자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부터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미투 운동은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에 도착하자마자 쓰나미가 되어 한국사회 각 분야를 덮쳤다.

체육계가 숨겨온 성범죄도 심각했다. 그래서 서울시는 전국체전 기간 동안 ‘성희롱·성폭력 종합예방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기도 했다. 전국체전 관련 숙박업소와 경기장 내 화장실, 탈의실, 선수대기실 등에 카메라 설치여부를 점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전국체전에서 한 종목 심판이 경기장 안내 여성 직원을 겨냥해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했고 남자코치가 여자 선수의 목덜미를 주무르고 만지는 장면도 포착했다고 한다.

안내 여성 직원을 겨냥한 성희롱 발언이야 두말할 것 없이 범죄에 해당한다. 그런데 남자코치가 여자 선수의 목덜미를 주무른 행위는 범죄에 해당할까? 태권도나 권투처럼 시간제한을 두고 정해진 회를 뛰는 경기의 경우 코치가 매 회를 마치고 쉬는 시간에 들어온 선수들의 다리를 털어주거나 어깨를 주물러 긴장을 풀어 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행위가 모두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것일까?

체육계에 오래 몸을 담아 온 지인은 이에 대해 “코치가 쉬는 시간에 선수의 목덜미를 주무르는 행위는 그 선수의 긴장을 풀어 경기력을 향상시키려는 행위로 선수들도 바라거나 인정하고 이해하는 행위”라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필자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사실 운동을 가르치다 보면 신체접촉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스포츠는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할 줄 알아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고 신체접촉 없이 자세를 교정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 또한 지인의 말처럼 경기력 향상을 위해 어느 정도의 신체 접촉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그럼에도 지인께 그런 조언을 드린 것은 요즘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 차이에 따른 불평등 상황을 인식하고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하는 감수성’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감수성은 영어로 Sensitivity로 감정을 뜻하기보다 민감함에 가깝다. 성별 차이에 따른 불평등 상황을 인식하고 이러한 차별적 요소를 고려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민감성으로 이해하면 된다. 대법원도 성인지 감수성을 위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성범죄 사건의 경우 성별차이에 따른 불평등 상황을 인식하고 전체 맥락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체육계는 상하관계가 분명한 곳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불평등한 상하관계를 잘 알고 있다.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도 이런 불평등한 상하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법원은 그녀가 성범죄 피해자임을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체육계 지도자가 지도 명목으로 또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해도 재판부가 전체적인 맥락을 오해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런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에 지인에게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것이다.

체육지도자는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조심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해할 만한 상황이 발생해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다 법원에서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빨리 법률전문가를 만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란다. 오해의 대가는 매우 클 수 있다.

<변호사·법무법인 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