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이브 피칭 마친 문경찬, 김경문 감독과 하이파이브
야구 대표팀의 문경찬(왼쪽)이 지난달 16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진행된 프리미어12 출전 야구 국가대표팀 훈련에서 라이브 피칭을 마친 뒤 김경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어느 종목이든 선수 선발과 기용은 사령탑 고유의 권한이다. 뜻하지 않은 여론과 시선이 쏠리면 사령탑이 뚝심 있게 자신의 소신대로 팀을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지난 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끝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서울라운드(C조예선) 최종전 쿠바전 7-0 완승 이후 문경찬을 언급했다. 문경찬은 대표팀이 서울라운드 3경기(호주, 캐나다, 쿠바)를 치르는 동안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문경찬을 언급한 뒤 “경기하다보면 그런 상황이 나온다. 두 번째 투수 이영하를 바로 내리기엔 타이밍이 빨랐다. (문경찬과) 미팅했지만 감독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선수가 이해할 것이다. 다음 경기에 꼭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어12를 앞두고 대표팀 수장 김 감독의 리더십은 새롭게 주목받았다. 그간 ‘카리스마 형‘ 지도자로만 인식된 그는 최근 소통을 중시하는 선수단 트렌드에 맞춰 아버지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서고 있다. 김 감독과 NC에서만 7년 세월을 보낸 내야수 박민우도 “감독께서 너무나 달라지셨다”고 말할 정도다. 이전보다 훈련장서부터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면서 분위기를 다잡는 그 역시 완전체 훈련 시간이 모자랐음에도 현재까지 오름세를 타는 비결로 ‘팀 분위기’를 꼽고 있다. ‘문경찬 발언’ 역시 선수단 내 누구도 소외감 없이 ‘원 팀’으로 도쿄 땅을 밟으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풀이된다. 더구나 올해 KIA 마무리로 24세이브를 올린 문경찬은 가을야구엔 참가하지 못하면서 대표팀에 일찌감치 합류했다. 김 감독은 문경찬을 비롯해 조기 합류 선수들이 착실히 몸을 끌어올린 것에 고마워하고 있다. 그런 만큼 유일하게 예선라운드에 서지 못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수 있다. 일부 야구 팬은 김 감독의 발언과 관련한 뉴스 댓글에 ‘차별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남기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김 감독의 ‘문경찬 발언’은 굳이 꺼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야구인은 “프리미어12가 이벤트 대회는 아니지 않느냐. 엄연히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중대한 대회인데 감독이 선수 기용에 부담을 느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야구인도 “괜히 여론에 휩쓸려서 감독이 선수 기용에 신경을 쓰면 전체 리듬이 깨질 수 있다. 해당 선수도 부담을 느껴서 결국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이 구상한대로 편하게 밀고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문경찬은 이번 대회를 통해 생애 처음 성인대표팀 태극마크를 달았다. 예선라운드를 건너뛰고 슈퍼라운드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게 부담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기 상황이 따라야 한다. 김 감독과 코치진의 의지대로 투·타 운용을 했고 예선라운드 3전 전승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선수 기용을 두고 일각의 비판을 수용할 수 있지만 원하는 결과물을 얻었다면 불필요한 논쟁이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단체 구기 남자 대표팀은 ‘병역 혜택’이 걸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에 출전했을 때마다 선수 선발과 기용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상 성적을 거둬야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데 ‘실제 출전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규정 때문에 감독이 미출전 선수를 투입하기 위한 시점을 보느라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다만 병역 혜택이 걸린 대회는 어차피 결과와 더불어 전 선수가 ‘당근’을 얻어야 하는 공통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아이러니한 선수 기용 시점에 대해서 대부분 이해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프리미어12는 병역혜택과 무관한 대회다. 어디까지나 올림픽 출전권과 더불어 디펜딩 챔프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무대인 만큼 ‘특정 선수 기용’ 약속이라는 자충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많다. 슈퍼라운드 경기 흐름에서 문경찬이 필요하면 투입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표팀 일원으로 또다른 역할을 맡기면 된다는 의미다. 한 야구인은 “문경찬이 태극마크는 처음 달았지만 대표 선수로 감독 마음을 잘 이해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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