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만의 통근 베팅…경쟁사보다 높은 인수가 써내
- “비금융기업 인수·경영, 글로벌 IB 도약 필요” 의지
- 금산분리법 규정 때문에 FI로만, 규제 개선 필요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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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채명석 기자] 12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선정된 가운데, 재계와 증권가는 실질적인 승자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라고 평가했다.
‘승부사’ 기질을 앞세운 박 회장의 과감한 ‘베팅’과 반드시 아시아나항공을 잡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매각이 결정된 올 상반기만 해도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후보로 SK, 한화, CJ 등 주요 그룹이 거론됐으나 이들 그룹들이 초반부터 불참 의사를 내 인수전은 김이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9월 들어서면서 미래에셋그룹이 인수전 참여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통상 기업 인수합병(M&A)은 인수 주체가 나서서 재무적 투자자(FI)를 모으는 것과 달리, 미래에셋그룹이 먼저 참여를 선언하고 컨소시엄 파트너를 골랐다는 점에서 재계는 물론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남다른 반향을 일으켰다.
사실상 인수 계획의 큰 그림과 과정을 박 회장이 그렸고, 여러 그룹들과 접촉 끝에 아시아나항공을 가장 절실히 원하는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는 경쟁자들보다 5000억 원 이상 많은 인수가격을 낸 데에는 미래의 성장성에 기반을 둔 박 회장 특유의 기업가치 분석 능력이 뒷받침됐다고 본다.
박 회장은 M&A를 통해 기존 금융기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집중해 왔다. 해외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IB(투자은행)의 선진 경영기법을 접한 박 회장이 금융사업 만으로는 그들과 경쟁하고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위기감을 자주 드러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그룹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은 우리와 같은 금융업체가 일반 기업을 인수해 보유하고 있는 자금 운용능력과 경영 노하우 등을 전수하고 지원한다면 가치를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가능성 있는 업체를 물색하고 필요하다면 직접 인수전에도 참여하도록 독려했으며, 과감한 결단력을 발휘해 다수의 M&A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덧붙였다.
2011년 캐나다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호라이즌 ETFs, 2015년 대우증권, 2016년 영국계 생명보험사인 PCA 생명 인수는 주력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려는 의도였다. 반면 2011년 세계적인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업체 아큐시네트(Acushnet), 글로벌 일류 호텔 체인인 포시즌스(시드니·한국)와 페어몬트 오키드(하와이·샌프란시스코)를 인수한 미래에셋그룹은 최근에는 뉴욕의 ‘JW메리어트 에식스 하우스’ 등 미국 고급호텔 15곳을 중국회사 안방(安邦)보험으로부터 인수하는 등 비금융 기업들을 연이어 사들였다. 2017년에는 네이버와 1조원 규모의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네이버가 최근 출범시킨 네이버파이낸스에도 파트너로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당장 미래에셋대우가 추진 중인 항공기 리스사업과 현재 보유중인 세계 호텔 체인과 연계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이 정도 수준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며,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그룹 측은 공식적으로는 “항공 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아시아나항공의 미래 가치를 보고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실질적으로 일반 기업을 인수해 직접 경영에도 참여하고 싶어 했고, 그런 바람이 아시아나 인수전에 뛰어든 계기들 가운데 하나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다른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자금력이 우수한 금융업체들이 일반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금산 분리법에 저촉돼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쉬워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산분리법 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주식의 ‘5%+사실상 지배’ 또는 의결권 있는 지분 20% 초과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셋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가질 수 있는 범위는 최대 20%까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등 대기업의 금융업 장악 의도를 막기 위해 마련된 금산분리법 규정 때문에 금융기관의 비금융기업 투자도 막힌 상황이며, 이는 국내 기업 M&A 시장의 활성화를 막는 또 다른 규제”라면서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를 통해 노린 점도 이러한 규제를 해소해 달라는 요청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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