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이영애가 단순한 모성애가 아닌, 실종 아동, 학대에 대한 슬픈 현실을 안고 돌아왔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장기 실종 아동은 국내에 486명이나 된다. 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보내지만, 아이를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다. 19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나를 찾아줘’(김승우 감독)은 이같은 현실을 담은 작품이다. 이영애의 14년 만 영화 복귀작으로 주목 받았지만, 내용 면에서도 사회에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았다.

극중 정연(이영애 분)은 6년 전 아들 윤수를 잃어버린 뒤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남편 명국(박해준 분)은 전국을 돌며 아들을 찾기 위해 나서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두 부부에게 숱하게 이어지는 거짓 제보도 이들을 더욱 마음 아프게 한다. 어느날 정연은 아들을 봤다는 제보를 받았고, 신체적 특징까지 모두 같았기에 주저 없이 낯선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과 홍경장(유재명 분)은 비슷한 아이를 본 적 없다며 외면하고 정연을 경계한다. 이들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낀 정연은 오로지 아들을 찾기 위해 홀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실종 아동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 현실적인 상황을 조명한다. 여기에 아들 찾기에 나선 정연과 이를 숨기려고 하는 이들의 대립은 긴장감을 자아내고, 계속되는 예측이 힘든 반전이 이어지며 스릴러 장르의 역할을 해냈다.

무엇보다 이영애의 연기가 단연 빛났다. 오랜만에 스크린을 찾은 이영애는 보다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아들을 그리워하지만 밖에서는 내색 안하는 모습부터 진실을 찾기 위해 강인하게 나서는 이영애의 모습은 새롭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박찬욱 감독)에서의 변신과는 또 다른 변신이다. 화장기 없이 헝클어진 머리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청순했던 모습은 아니지만 이영애의 노력을 가늠하게 했다. 여기에 온 몸을 던진 처절한 혈투신과 후반부 극한 감정에 치닫는 모습의 연기는 이영애의 진가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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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찾아줘’ 스틸컷.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홍경장 역의 유재명도 초반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이었지만 누구보다 냉혹하고 이중적인 인물을 그리며 이영애의 좋은 연기 맞수가 됐다. 두 사람이 몸을 던져 부딪히는 장면은 단연 영화의 백미다. 박해준도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실감나는 연기로 영화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영화의 이음새는 배우들의 연기를 미처 따라가진 못했다. 실종 아동 가정의 현실이나 학대 문제에 대해 그렸지만, 이를 스릴러와 접목하며 자연스럽지 못한 이야기 연결이 아쉬움을 더했다. 열린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관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과 흐름도 다수 있었다. 또한 현실을 반영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아동 학대가 담긴 장면들은 불편하게 느껴지거나 보기 힘들 수 있다.

영화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바빠 실종 아동 문제에 무관심하고, 목격하더라도 외면한다는 대사를 통해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러닝타임 내내 계속되는 안타까움과 슬픔, 씁쓸함은 더 이상 실종 아동 전단지를 가볍게 넘기지 못하게 한다. 러닝타임 108분. 15세 관람가. 오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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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