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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포켓 선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3쿠션 프로 당구 선수로 변신한 뒤 두 번째 대회를 앞둔 차유람(32)은 온전히 자기 자신과 싸움에 몰두해왔다. 포켓볼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한 그는 2015년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면서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다가 올해 프로당구 PBA가 출범하면서 홍보대사로 활동했는데 주위로부터 3쿠션 프로 진출 권유를 지속해서 받았다. 차유람은 PBA 출범 전부터 3쿠션에 관심을 두고 아마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당구연맹에 정식 선수로 등록해 동호인 대회부터 참가할 생각도 했다. 운명처럼 PBA 출범과 함께 생각보다 이르게 프로 선수로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PBA도 ‘포켓 여제’로 명성을 떨친 차유람의 3쿠션 도전은 리그 흥행에 도움이 될만한 요소였다.
하지만 3쿠션은 테이블 크기부터 큐까지 포켓과 다른 종목이다. 아무리 포켓 정상급 선수였다고 해도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PBA는 뱅크샷(2점제)이나 서바이벌 방식, 40초 시간 룰 등 독특한 경기 규칙이 있다. 결국 지난 7월 2019~2020시즌 LPBA(프로당구 여자리그) 2차 대회에 와일드카드로 출전, 3쿠션 프로로 데뷔한 차유람은 서바이벌 64강 예선에서 최하위에 그쳤다. 도전 자체로 의미를 부여할 만했지만 기대만큼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에 일부 팬은 “준비 안 된 프로”라며 비난했다. 차유람 스스로도 실망이 컸다. 3쿠션 기본을 더 익혀야 한다는 처절한 교훈 속에서 이후 3~4차 투어 출전을 포기했다.
그리고 4개월 만에 다시 실전 무대에 선다. 차유람은 21~25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아일랜드 캐슬에서 열리는 올 시즌 5차 대회인 ‘메디힐 PBA·LPBA 챔피언십’에 나선다. 그는 개막 전날인 20일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 두달간 훈련에 집중했다. 한 번 당해서 그런지 오히려 (훈련 과정에서) 생각도 많아졌고 걱정도 크더라. 3쿠션은 이전보다 많이 알게 됐지만 심리적 부담은 아무리 훈련을 많이 해도 빨리 줄어드는 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부딪혀야 한다고 여겼다. 계속 부딪히면 떨쳐내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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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 선수로 화려했던 시절은 이미 잊었다. 그는 “사실 성격상 무언가 풀리지 않으면 공개적인 자리나, 실전 무대에 서는 것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엔 근처 당구클럽으로 가서 일반인과 (3쿠션을) 치기도 한다. 그전엔 나보다 잘하는 선수하고만 쳤는데 이젠 나와 비슷한 25~28점 수준의 일반인과도 진중하게 겨룬다”고 말했다. 스스로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오히려 당당하게 배우려는 자세로 주변 고수를 찾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하는 동영상 콘텐츠에도 여러 당구 선수들이 출연하는데 기술 뿐 아니라 심리적 조언도 받고 있다. 이전엔 포켓 출신으로 3쿠션을 치면서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확실히 공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차유람은 “사실 3쿠션을 처음 하려고 했을 땐 즐기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주변의 기대, 스스로 책임감과 부담감에 시달리면서 즐기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이런 점 때문에 빨리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목표를 묻자 “솔직히 서바이벌 첫번째 예선 통과만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웃더니 “무리한 욕심보다 스스로 떳떳한 플레이를 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신인의 자세로, 큐를 처음 잡았을 때 그 시절의 자세와 감정으로 차유람은 돌아가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