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오늘 넣은 이 골이 내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골이 될 수 있겠다.”
외인 수비수 데이브 불투이스(29)가 가라앉던 울산을 구해냈다. 울산은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37라운드 전북과의 홈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울산은 이날 전북을 꺾는다면 안방에서 14년만의 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으나, 결국 승점 1을 따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23승10무4패(승점 79)로 선두를 지키며 2위 전북(승점 76·21승13무3패)과 격차는 그대로 유지했다.
울산으로서는 우승까지 다 지어놓은 밥에 자칫 코를 빠뜨릴 뻔했던 일전이었다. 후반 4분 전북 레프트백 김진수의 선제골이 먼저 터졌고 이대로 경기가 끝날 경우 승점 동률에 다득점에서 오히려 전북에 밀릴 수 있었다. 그러나 울산 센터백 데이브 불투이스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가까스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후반 27분 울산 코너킥 기회 때 원정팀 골키퍼 송범근이 먼저 걷어내며 이대로 마무리되는듯 했다. 그러나 공이 멀리 가지 않으며 이명재가 문전으로 높게 띄웠고, 문전에서 몸싸움을 하던 불투이스가 머리로 방향을 틀었다. 세컨볼 찬스에서 집중력을 놓치지 않은 불투이스 덕분에 우승 행보에서 우위를 점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불투이스는 “전북에 원더골을 먼저 허용하면서 위험해졌다. 우리 모두가 승리와 우승을 원했기 때문에 더 어려웠다. 그러나 우리도 빠른 공격수가 있고 어떤 순간에도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경기를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고 다행히도 팀이 잘 뭉쳐서 동점골을 넣고 균형을 맞췄다”며 “우린 아직 선두고 우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골이 터졌던 직후 불투이스는 그야말로 포효했다. 순간 아찔한 장면도 나왔다. 무릎을 꿇고 잔디 위로 미끄러지는 세리머니를 하려 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골을 넣고 폭주해서 어디로 뛰어야 할 지 몰랐다. 슬라이딩을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잔디가 내 맘같지 않았다”고 웃던 그는 “경기가 끝난 직후 아버지와 통화했다. 오늘 넣은 이 골이 내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골이 될 수 있겠다고 이야기했다. 이 골이 팀의 우승으로 이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울산은 오는 1일 홈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한다. 그러나 상대가 포항이다. 2013년 울산은 역시 12월1일 최종전까지 타이틀 경쟁을 펼치던 포항을 시즌 마지막 상대로 만나 패하면서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불투이스는 “우리는 우승을 향하고 있고, 포항은 타이틀이 걸려 있지 않다. 우리가 동기부여 더 강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포항과의 맞대결은 단순한 한 경기가 아닌 ‘동해안 더비’다. 승점1이 아닌 3을 위해 싸우겠다”며 필승을 예고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