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아파트 단지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김윤경 기자] 시장은 정책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계획 발표 이후 30대가 서울 아파트를 대거 사들였다. ‘로또 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한 경쟁률이 치열할 것이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부양가족, 무주택 기간 등 청약 가점에서 밀려 당첨이 힘들다고 판단한 30대가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보다 기존 주택 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25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지난달 매입자 연령대별 서울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0대의 매입 비중이 31.2%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2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도 5개월 만에 3%를 넘어섰다. 40대(28.7%)와 50대(19.0%)를 여유있게 따돌리는 수치다.

올해 2, 3월에는 근소한 차이로 30대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40대를 웃돌았다. 본격적으로 거래가 늘기 시작한 올해 4월부터 7월까지는 40대의 매입 비중이 1위를 차지하다가 8월부터 30대 매입 비중이 30.4%로 40대(29.1%)를 추월하기 시작해 3개월 연속해서 매입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높아진 것은 최근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으로 청약가점 대상이 확대된 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로또 아파트’가 늘면서 서울지역 청약경쟁률이 급격히 높아진 때문이다. 특히 올해 7월부터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 계획이 공론화되자 청약가점에서 불리한 30대들이 상한제 아파트에는 당첨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기존주택 매입에 나섰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실제 올해 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가장 높은 청약 점수를 기록한 시기는 6월∼7월 초로 당시 최저점이 68점, 평균 가점이 69.7점에 달했다. 이달 초 평균 82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된 서초구 잠원동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평균 당첨 가점이 모든 주택형에서 70점을 넘었고 최고 가점이 79점, 최저 가점이 69점에 달했다.

청약가점은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수(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으로 점수가 산정되는데 69점은 부양가족 3명인 4인 가구가 무주택 기간 15년,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을 모두 채워야만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다. 무주택 기간이나 부양가족이 적은 30대 부부는 엄두도 못 낼 수준이다.

이미윤 KB부동산 리브온 차장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시세차익이 커짐에 따라 앞으로 청약가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대적으로 가점에서 불리한 30대들의 기존주택 매입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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