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혜라 기자]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국내업체 간의 법적 분쟁을 틈타 ‘인력 빼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중국, 인재의 블랙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산업고도화 전략 ‘중국 제조 2025’을 추진하며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파격적 복지 혜택을 제시하며 한국 인재를 집중적으로 모으고 있다. 배터리, 반도체, 항공분야가 대표적 ‘한국 인재 탈취’ 업종으로 지적됐다.
배터리 업계의 경우 CATL이 지난 7월 있었던 대규모 채용 때 한국 인력을 대상으로 기존 연봉의 3∼4배를 제시했다.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도 연봉 외에 자동차, 숙소 등의 조건을 내걸며 한국 인재 채용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그룹 헝다(恒大)는 올해 초 신에너지차 기업을 설립하면서 8000여명의 글로벌 인재를 채용했는데, 당시 한국, 일본, 독일, 스웨덴 등 9개국 출신 경력자를 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한국 인재들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핵심 기술 침해 및 인재 유출 논란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국내 양강 업체들의 혼란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푸젠진화(JHICC)가 올 4월 인력 채용 공고를 내면서 ‘10년 이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자 우대’를 명시하는 등 인력 빼가기를 노골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 업종의 경우 2014년부터 올 7월까지 한국에서 460여명의 조종사가 외국 항공사로 이직했는데, 이 가운데 최소 367명(80%)이 중국 항공사로 간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 인력을 채용해 단기에 기술력을 흡수한 뒤, 이후에는 책임지지 않는 토사구팽식의 행태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 실무 엔지니어들은 이러한 실태를 알기에 최근엔 기피하는 경향이 늘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중국 업체들로의 인력 유출 문제는 10여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배터리 업계의 경우 보고서에 언급된 바처럼 국내업체들의 소송을 계기로 한국 인재 빼가기가 심화됐다고 보는 것은 비약”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합리적 근거로 시비를 가리는 법적 분쟁이라면, 오히려 해외 업체들의 과도한 인력 탈취를 막는 좋은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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