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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노리카 홈페이지 갈무리.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직원들에 대한 ‘갑질’ ‘욕설’ ‘성희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류업체 페르노리카코리아와 이 회사의 임원 A씨가 법원으로부터 피해 직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공식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하거나 해당 가해 임원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기는커녕 오히려 판결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페르노리카는 전 직원 8명이 회사와 A씨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과 관련 지난 12일과 18일에 걸쳐 항소장을 제출했다. 페르노리카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며 공식 사과와 책임자 처벌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법률적인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페르노리카 노동조합에 따르면 사측은 사과 발표가 없었으며 영업총괄 전무인 A씨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 이후 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사과문 게시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으나 사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고 반응하며 책임을 부인했다”며 “하지만 재판부는 행위자인 전무뿐만 아니라, 회사에게도 공동 책임을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부장판사 김영수)은 지난 5일 열린 해당 위자료 청구 소송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페르노리카와 A씨는 원고 8명에게 총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5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권역의 지점장들과 점식식사를 하러 가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지난달 판매 목표를 다하지 못한 팀장은 밥 먹을 자격이 없다”며 “다들 여기서 대가리 박아”라고 외쳤다. 또 A씨는 2017년 8월 팀원들과 한 순대국집에 가서 한 직원에게 “넌 어디서 앉으려고 해. 반찬이나 가져와 XX아”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A씨는 직원에게 자신이 씹던 껌을 씹으라고 강요하거나 다양한 음담패설 및 욕설을 수차례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이 사건 원고인 해당 직원들은 지난 3월 회사에서 각각 퇴사했다.

재판부는 “A씨의 언동은 상급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모멸감, 불쾌감,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며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업무시간 또는 회식자리에서 이뤄진 것으로 회사는 A씨의 사용자로서 A씨와 공동으로 원고들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판결은 지난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법원이 피해 직원들의 손을 들어준 첫 번째 사례다. 하지만 페르노리카 사측의 항소 등을 감안하면 A씨의 욕설을 옹호해 온 그간의 기조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투불 페르노리카 사장은 지난해 전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욕설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여기 방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욕 안 해본 사람이 누가 있느냐”라며 A씨를 두둔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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