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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마음이 콩 밭에 가 있다. 수확 여부는 미지수다. 든든한 보험을 들어둔 덕에 시간과 싸움을 전개할 수 있다. 두산의 외국인 타자 협상 전략이다.
두산은 5일 현재 외국인 타자 계약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마음에 두고 있는 후보가 메이저리그(ML) 입성을 노리고 있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최다안타왕에 오른 호세 페르난데스(32)만 한 타자가 어디있느냐며 재계약을 종용하지만 선수 구성을 냉철하게 따져보면 물음표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페르난데스를 영입 후보 1순위로 고려하지 않은 이유다.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홈런 15개를 포함해 197안타 88타점 타율 0.344로 KBO리그 연착륙에 성공했다. 전경기에 출장했고 홈인 잠실구장에서도 홈런 10개를 쏘아 올렸다. 그러나 클러치 히터로 보기는 다소 애매하다. 득점권 타율 0.313는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주자 2루시 0.186, 1, 3루시 0.294, 만루일 때 0.235 등 인상적인 한 방을 때려내지는 못했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으로 세 차례 도루를 시도해 한 번 성공하는데 그쳤다. 호타는 맞지만 준족은 아닌 셈이다. 1루를 제외하면 마땅한 수비 포지션도 없다. 지명타자로 타격만 하기에는 2%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정확성을 바탕으로 한 교타자는 팀내에 이미 많이 있다.
김재환, 오재일 등 좌타 거포와 보조를 맞출 오른손 거포가 중심타선에 함께 포진하는 게 이상적이다. 이왕이면 코너 외야수와 1루를 병행할 수 있으면 김재환, 오재일의 체력 안배도 가능하다. 지명타자로 출장해야 한다면 2016년과 2017년 활약한 닉 에반스 정도는 돼야 한다. 30홈런에는 실패했지만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다는 위압감을 주는 게 두산이 원하는 외국인 타자상이다.
물론 2018년 지미 파레디스와 스캇 반슬라이크를 선택했다가 실패한 교훈도 있다. ML 경험이나 확실한 거포를 주장하다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해 사실상 외국인 타자 없이 시즌을 치른 기억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도 해결사 부재로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페르난데스로 통합우승을 이뤄냈으니 재계약할 명분도 된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 진출을 노리던 김재환은 두산 잔류가 확실하다. 오재일이 건재하고, 김재환이 절치부심한다면 페르난데스 정도도 괜찮다. 그러나 두산은 팀 홈런 9위(84개) 득점 2위(736점) 타점 2위(691개)에 올랐다. 타선에 장타력을 더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시즌을 치를 수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간을 끌 수 있을 때까지 끌어 원하는 선수의 선택을 기다려보겠다는 게 지금까지 두산의 전략이었다.
구단 관계자는 5일 “김재환의 포스팅 기간이 종료되는 6일부터 관망하던 외국인 타자 영입전을 재개할 계획이다. 페르난데스는 쿠바 출신이라 준비해야 하는 서류들이 조금 더 많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다. 먼저 보고 있던 선수의 의사를 최종타진한 뒤 이르면 1~2주 이내에 계약을 매듭짓고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멈춰있던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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