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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지난달 대한항공이 발표한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해 소비자들이 혜택이 큰폭으로 줄어들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마일리지 개편안이 본격 적용되기에 앞서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3일 현금·카드 결제와 함께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복합결제 시범도입 계획과 함께 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새 제도 도입에 대해 “고객 혜택과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겠다는 취지”에 따라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소비자들과 일부 업계에서는 혜택을 큰폭으로 줄여 회사의 손실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5일 항공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태림은 지난 2일부터 대한항공 공정위 고발을 위한 참여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모집 5일째인 6일 현재 402명의 참여자가 소송을 위한 위임장을 제출했다.
개편안에서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출한 핵심은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바꿨다는 데 있다. 그간 국내선 1개와 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 등 4개 국제선 지역별로 마일리지를 공제했지만 내년 4월1일부터는 운항 거리에 비례해 국내선 1개와 국제선 10개로 기준을 세분화해 이용하기 복잡해졌다.
게다가 일반석 기준으로 전체 125개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 노선 중 64개 노선의 보너스 마일리지가 인하된 반면 인상된 노선은 49개다. 기존 미주 지역으로 분류돼 일반석 평수기 편도 기준으로 3만5000마일을 공제했던 하와이의 경우 3만2500마일로 줄어들게 됐고 일본 후쿠오카도 종전 1만5000마일에서 1만마일로 줄어들었다.
장거리 노선에서도 불만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천∼뉴욕 구간의 프레스티지석을 보너스 항공권으로 구입하려면 종전에는 편도 6만2500마일이 필요했지만 개편안 기준으로는 9만마일이 필요하다. 같은 구간을 일등석으로 구입하려면 종전 8만마일에서 13만5000마일로 늘어난다. 또한 성수기에는 평수기 공제 마일에서 50%가 할증된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탑승 마일리지 적립률을 바꿔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은 적립률을 최대 300%까지로 대폭 높이고 일반석 가운데 여행사 프로모션 등으로 할인이 적용되는 등급의 적립률은 최하 25%까지로 낮췄다. 일반석 중 6개 예약등급은 100% 적립률이 유지되지만 특가항공권의 경우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사실상 받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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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소비자들은 “대한항공이 마일리지를 적립한 고객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적립한 마일리지 혜택을 소급해 축소 및 변경했다”면서 “그동안 신용카드를 개설하고 사용하거나 항공권을 구매할 때마다 ‘마일리지가 얼마나 쌓이는지, 몇년이나 마일리지를 쌓으면 유럽으로 갈 수 있는지’ 등의 고민을 하며 행동했다. 이를 위해 카드를 변경하고, 포인트를 마일리지로 전환해왔는데 이번에 바뀐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정책 때문에 더이상 쓸모가 없어졌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은 “2002년 이후 19년 만의 조치로 대외 마일리지 적립 환경과 해외 항공사 트렌드 등 오랜 기간 누적된 변화에 대해 부분적으로 현실화한 것이며 당장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유예기간이 있다”면서 “새롭게 제도가 개편되면서 기준이 세분화된 탓에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특가·프로모션 운임에 해당하는 일반석 예약등급은 항공사가 주력하는 운임이 아니므로 다수의 일반석 구매 소비자가 여기에 속한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소송에 대해서는 지켜봐야할 것 같고 불만이 커지면 수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태림 측은 이번 대한항공의 제도 변경에 대해 ▲고객의 대다수(좌석 비율 약 70% 이상)가 이용하는 일반석의 마일리지 적립 급감 ▲마일리지 공제 기준 변경으로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공제율이 현저히 증가 ▲우수회원제도가 국제적 제휴(스카이팀 등)와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대한항공 비행기를 탑승한 경우에만 적용되도록 변경된 점 등을 지적했다.
법무법인 태림의 김동우 변호사는 “대한항공이 경영환경 변경 취지로 마일리지 제도를 바꾼 것에 대해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상 내부적으로 영업이익의 축소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향후 소송인원을 모집해 대한항공 마일리지 혜택 변경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극적으로 고발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사례의 비교, 해외의 항공마일리지 적립 관련 동향, 공정위의 기존 시정조치 등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무법인 태림은 소송인원을 오는 12일까지 모집할 예정이며 이달 말까지 공정위에 관련 문제를 접수·신고한다는 계획이다.
melod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