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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종합홈인테리어업체 한샘의 인테리어 문제 관련 취재를 시작한 것은 2018년 12월경이다. 한샘 본사를 지나면서 1인 시위를 하는 강모(61)씨를 만나면서다.
강씨는 2015년 부산의 한샘 전시관에서 한샘 대리점을 만나 2600만원 규모의 인테리어 시공계약을 하게 된다. 그의 남편이 해당 인테리어 비용을 강씨에게 선물했고, 여느 주부가 그렇듯 부푼 꿈을 가지고 한샘에 일을 맡겼다. 인테리어가 완성되면 오랜 일본의 삶을 정리하고 부산에서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각종 하자가 발생, 수개월에 걸쳐 수차례 연락을 취한 대리점의 AS가 없자 한샘 본사에 부실시공 항의했다. 본사는 2016년 강씨에게 “대리점과의 계약임으로 본사는 관여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강씨는 2018년 8월부터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서울 상암동 한샘 본사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4차례 진행했다. 이에 한샘 본사는 공사금 일부를 보상하겠다는 안을 제기했으나 강씨는 전액 보상을 요구하며 이를 거절했다. 강씨는 “한샘 브랜드를 믿고 구매했지만 저질·불량 시공에 실망했다”며 “한샘의 소비자 우롱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정도로 고통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기자는 이후에도 다양한 한샘 인테리어 시공 피해자를 만났다. 한 피해자는 2017년 경기도 구리시 소재 한샘전시장에서 만난 업체와 아파트 시공을 진행했다가 3년이 지난 최근까지 하자 보수가 안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수천만원이 들어간 인테리어 공사였지만 견적서만 받았을 뿐, 계약서조차 없었다. 한샘 제품인 줄 알았지만 부엌장의 일부는 사제 제품이 섞여 있어서 AS가 안 된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
이 같은 한샘 인테리어 피해는 위에서 언급한 부산, 구리뿐만 아니라 서울, 안산, 수원, 남양주, 강릉 등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인터뷰 결과 한결 같이 “한샘 브랜드를 믿고 시공을 했다”고 말했다. 한샘의 강점은 무엇보다 지난 50년 동안 쌓아온 고객의 ‘신뢰’가 아닐까. 많은 소비자들은 한샘 브랜드를 믿고 비교적 높은 비용을 지불하며 제품을 구입한다. 하지만 그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한샘 제휴사 또는 대리점을 통해 계약을 했다가 부실시공 피해를 입은 일부 피해자들은 결국 돈을 더 들여서 타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공사를 완성했다. 영업장은 영업을 해야 했고, 가정집은 가족이 들어가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업체 측과 법정 다툼을 해봐야 감정비용, 변호사 선임, 재판에서 이겼을 때 나갈 성공 보수 등을 종합하면 1000여만원이 더 나가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싸움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인테리어 업계에선 소비자의 이 같은 처지를 이용하는 사기 사건이 많지만 한샘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한 한샘 피해자는 “결과적으로 한샘이나 일반 인테리어 업체 시공이나 다를 게 없는 상황”이라며 “제품 품질은 한샘이 사제보다 못할 때도 있는데, 한샘에 돈을 더 지불하는 것은 브랜드 값이다. 하지만 한샘이란 브랜드는 사실상 허상이 아닌가”라고 한탄했다.
강승수 한샘 회장은 21일 기자들에게 “7년 안에 매출 10조원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샘이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그 목표치를 무슨 수로 달성할 수 있을까. 복수의 한샘 인테리어 피해자들은 오는 29일 오전 11시 상암동 한샘 사옥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인다. 저마다 한샘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안고 추운 거리에 나서는 이들에게 한샘은 어떤 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한샘의 향후 50년 미래는 자사 브랜드가 허상이 아님을 입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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