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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황선대원군’을 극복하는 것, 황선홍(52) 대전시티즌 감독의 과제다.
황 감독은 K리그에서 찾기 힘든 커리어를 쌓은 지도자다. 포항 시절 K리그 1회, FA컵 2회 우승을 차지했고, 서울에서도 K리그 챔피언을 경험했다. 지도력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다만 약점은 있다. 외국인 선수를 잘 쓰지 못한다는 점이다. 황 감독 스스로도 인정하는 아킬레스건이다. 2013년 포항에서는 단 한 명의 외국인 선수 없이 더블을 달성해 황선대원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내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탁월한 재주를 인정하는 표현이지만, 한편으로는 외인 활용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에서도 외인들과 인연이 없었다. 10일 경남 남해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황 감독은 “인정한다. 못 썼다는 평가를 반박할 생각이 없다. 못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라는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황 감독은 지난 2018년 서울에서 물러난 후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이어나갔다. 외인 활용에 미숙했던 것도 그가 고민하는 지점 중 하나였다. 황 감독은 “제가 외국인 선수를 못 쓴 이유에 대해 고민해봤다. 그 선수들을 팀에 완벽하게 맞추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선수는 개성이 강하고 국내 선수들에 비해 의사표현이 확실하다. 그런데 저는 서울에서 너무 제가 만든 틀에 들어오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트러블이 생기고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그 점이 미숙했다”라고 설명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황 감독은 이제 자신을 향한 편견을 깰 준비를 하고 있다. 대전은 브라질 듀오인 안드레, 바이오를 영입했고, 아시아 쿼터로 채프만을 데려왔다. 안드레는 브라질 명문 코린치앙스 소속으로 현지에서도 꽤 좋은 평가를 받는 공격수다. 바이오도 지난해 후반기 전남에 합류해 10골을 터뜨리며 검증을 마쳤다. 채프만도 인천, 포항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수다. 황 감독 입장에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최적의 환경을 만났다고 볼 수 있다. 황 감독은 “한 번 쓴 맛을 봤으니 저도 배운 게 있다. 사실 국내 선수로만 팀을 만들면 여전히 자신이 있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고 본다. 결국 외국인 선수도 잘 써야 하는 게 맞다. 이번 기회에 외국인 선수를 못 쓴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 그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점을 살려 능력을 끌어내고 싶다. 제가 감독이지만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라는 의지를 밝혔다. 황 감독에게도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현재 황 감독은 브라질 듀오 활용법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들이 능력을 120% 발휘할 전술과 포메이션 등을 구상하며 최적의 작전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황 감독은 “K리그 전체가 마찬가지이지만 2부리그에서는 특히 외국인 선수의 골 결정력이 중요한 것 같다. 두 선수의 활약이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를 연구하고 있다. 개막까지 3주 정도 남아 있는데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만들어볼 생각”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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