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스포츠서울] 은혜가 처음 야구를 시작한 것은 2014년 1월 쯤으로 기억합니다. 라오스 최초 여자여구선수로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17살 고2였고 2015년 한국에 건강검진 차 2년만에 나갔다 들어오니 고3 수험생이었던 은혜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은혜의 본명은 Phougeune Sounthala, 푸응언 순타라)입니다.

장래 꿈이 의사였기 때문에 의대 진학하고 싶었지만 친오빠가 야구에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친구가 많았던 은혜를 라오제이브라더스로 부터 분리하고 싶었던 이유로 반 강제로 은혜는 피사누록이라는 지역의 태국으로 가서 1년동안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계속 라오스에 야구와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있던 은혜는 2016년 1월 야구대회에 참여하게 된 은혜의 사정을 알게 된 이만수감독과 서울대 교육학 학장님께서 은혜에게 서울대에서 공부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은혜 오빠가 지금까지 너에게 투자한 모든 돈을 상환하라는 말과 경찰인 오빠가 라오제이브라더스에 불이익을 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은혜는 오빠의 계획대로 계속해서 피사누룩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NARESUAN UNIVERSITY INTERNATIONAL COLLEGE 영어학과에서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을 시작하는 시점에 있습니다.

2019년 6월에 연락이 와서 대학내에 소프트볼 클럽을 만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라오스에서 가져가 자신의 야구복과 장비로 작지만 시작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간간이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내용을 보니 라오스에서 배웠던 야구기술을 가지고 53세된 전직 태국 야구선수와 함께 남자선수 20명 여자선수 1명을 지도하고 있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장비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공도 사고 직접 DIY로 만들기도 하는 모습이 너무 나도 귀하게 보였습니다.

PTT 태국회사에서 장학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에 뽑혀 라오스 대학생 10명을 선발하는 데에도 동독국립대 9명, 태국 NARESUAN 대학 1명으로 뽑혀서 방콕에서 프로젝트를 마치고 PTT 직원들과 함께 라오스에 입국하게 되어서 비록 나라는 다르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부족한 장비로 최선을 다해 연습하는 은혜를 비롯한 21명의 선수들을 위해 야구장비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라오스는 연약한 국가이고 태국사람들은 라오스 사람을 홀대하지만 은혜는 라오스에서 야구를 배우면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배웠고 태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직접 클럽을 창단하고 선수를 모집하고 야구장비를 후원 받고 필요에 따라서는 선수들과 같이 장비 구입을 위한 모금까지 하는 리더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이것이 진정 라오스에서 야구를 배운 선수의 멋진 행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만수 전 SK감독·헐크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