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철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할 말은 다 하는 김구라. 이런 그의 모습이 낯설진 않지만, KBS 사장 앞에서도 날선 질문을 연신 해대는 김구라의 모습은 색다른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KBS 새 웹예능 ‘구라철’이 첫 회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KBS는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K’ 디지털 팀을 만들고 신규 웹 예능들을 연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말부터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출범시키며 변화를 꾀하고 있는 KBS 예능국은 올해에는 그간 소홀했던 웹콘텐츠에 심혈을 쏟겠다는 각오다.

그 첫선으로 선보인 게 바로 ‘구라철’이다. ‘돌직구’ 화법으로 유명한 방송인 김구라와 지난해 방송된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이하 아이나라)에서 김구라와 합을 맞춘 바 있는 원승연 PD의 작품이다. 김구라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지하철을 타고 거리로 나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들을 직접 물어보는 방식으로 꾸며진다.

지난 14일 공개된 1회에서 김구라는 KBS를 찾아 시청자들이 그간 궁금해했던 것들을 대신 물었다. ‘경쟁 방송사를 베꼈냐’ ‘화면 질이 왜 이렇냐’ ‘주차타워가 왜 없냐’ ‘시상식 대통합은 언제 되냐’ 등 방송 실무자를 넘어 양승동 KBS 사장에게까지 아슬아슬한 질문들이 이어지고, 이에 당황하는 고위 예능 관계자들의 모습이 화면에 비치자 웃음을 자아낸다.

방송사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꼽히는 공영방송 KBS에서 그간 예능 프로그램들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콘텐츠를 출범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3일 기준 1회 영상 조회수는 23만회를 넘겼고, 2회 ‘김구라의 방송3사 구내식당 비교 브이로그’ 역시 22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선을 넘을 듯 말 듯 한 화법과 빠른 편집 기법의 요즘 트렌드와 가까운 포맷이 그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김구라 그리고 방송사 KBS와 만나자 의외로 신박한 통쾌함을 선사한다는 평가다. “KBS가 드디어 유튜브 감성을 찾았다”는 긍정적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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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원승연 PD의 재기발랄하고 통통 튀는 편집도 눈에 띈다. 김구라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드는 아저씨’라고 표현한 원승연 PD는 “주제의식이 명확했던 프로그램인 ‘아이나라’를 촬영하며, 그외에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들이 버려지는게 아까웠다. 본이 되는 이야기가 아닌 곁다리가 되는 것들을 중심에 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해보면 재밌지 않을까 해서 구라 형과 맥주를 마시다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구라를 메인에 내세운 이유에 대해선 “이제는 김구라의 돌직구가 사랑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온 거 같다”며 “우리가 궁금하지만 서로 예의를 차려야 해 물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무례함의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시원하게 거침없이 질문을 날려줄 수 있는 사람이 김구라가 적격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소신 발언으로 ‘연예대상의 남자’라는 새로운 애칭을 얻은 김구라는 실제로 “김구라가 아닌 ‘김트루’로 활동해보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고 귀띔했다.

너도나도 웹예능에 열을 올리는 타 방송사들에 비해 그간 KBS는 웹 콘텐츠에서 열세를 보였던게 사실이다. JTBC ‘워크맨’, tvN ‘라끼남’ 그리고 ‘온라인 탑골공원’이라 불리는 SBS에 비해 부진을 보여왔다. “웹예능 출발 주자라는 점에서 부담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출연자를 섭외하고 스태프를 모으고 하는 과정 없이 구라 형과 제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그냥 뛰어들었다. 이게 과연 될까 싶었다”는 원 PD는 “일의 단계를 줄이니 더 긍정적인 부분도 있더라. 젊은 제작진들과 함께 무모하다고 하더라도 과감한 선택을 해나가려 한다. 가벼운 플랫폼이니 가볍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구라철’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으로 에피소드는 김구라가 가장 잘하고 잘 아는게 ‘돈 이야기’로 포커싱을 맞출 예정이다. “강호동, 유재석이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으러 간다면, 김구라만이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했는데 역시 돈이더라. 남의 돈 이야기를 하는게 누군가의 시선에선 무례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첫회에 제작진의 ‘팀킬’인 KBS를, 6일 공개될 콘텐츠에선 김구라의 ‘팀킬’인 아들 그리(김동현)와 소속사 브랜뉴뮤직을 먼저 까고 시작하려 했다.” 곧 이태원역에 위치한 돈스파이크의 식당을 찾아가 하루 매출, 재료 원가 등도 낱낱이 파헤칠 예정이라고.

‘고리타분’하고 ‘올드’한 이미지에 갇혀있던 KBS에게 유튜브라는 공간을 십분 활용한 색다른 시도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비슷한 형식의 다른 웹예능과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이를 지속시킬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아있다. 원 PD는 “유튜브라는 가장 핫한 플랫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1020세대가 반응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게 첫 번째 목표였는데, 사실 김구라는 3040세대에게 더 매력적인 인물이지 않나. 그간 숨어있던 3040세대 특히 남성 구독자를 유튜브 플랫폼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게 저희 채널의 또다른 목표다”라고 전했다. 새로운 색깔의 웹예능 ‘구라철’이 KBS 예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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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