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조계현-정민철 단장, 화상으로라도...
KIA 조계현 단장(왼쪽)과 한화 정민철 단장이 3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야구회관에서 진행된 KBO 실행위원회에 영상 통화로 참석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위기다. 미시적으로는 KBO리그 10개구단 관계자와 야구팬의 건강이 볼모로 잡힐 수 있다. 크게보면 국내 스포츠 산업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적자 구조에 시달리는 구단 현실을 고려하면 쉽게 경기수 축소를 주장하기 어렵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구단이 144경기 체제 유지로 가닥을 잡은 진짜 이유다.

KBO가 3일 개최한 긴급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막 일정 조율에는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리그 축소는 안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리그 일정을 축소하면 마케팅 손실이 크다. 적자구조에 시달리고 있는 구단 입장도 고려해 되도록 144경기를 치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즌 단축이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KBO리그 산업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디딘 시점에 코로나19로 물러서면, 향후 또다른 변수가 발생했을 때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 개최한 KBOP 이사회(마케팅회의)에서도 시즌 축소와 무관중 경기 불가에 10개구단이 동의했다. 최악의 경우 재정이 어려운 구단은 폐업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한 경기를 취소하면 KBO쪽에서만 발생하는 손실이 대략 5억원 수준이다. 각 구단 광고 등을 포함하면 단 1경기 취소로 발생하는 손실이 훨씬 커진다.

[포토]KBO 실행위원회, 코로나19 사태 의견 교환하는 단장들
3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야구회관에서 각 구단 단장들이 참석한 KBO 실행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우선 각 구단의 계약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광고는 연간계약 형태로 맺는데 경기수가 단축되면 위약금 분쟁에 휘말릴 수있다. 구단과 계약한 업체도 연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수들이 단순히 몇 경기 덜치르는 것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무관중 경기도 마찬가지다. 입장수익을 비롯해 입점 업체가 입을 피해까지 고려하면 결코 가볍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관중이 들지 않으면 광고 효과가 반감된다. 재난사태라고는 하지만, 사태가 진정된 이후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야심차게 시작한 중계권 계약문제도 쉽게 지나칠 부분이 아니다. KBO는 지난 2월 지상파 3사와 4년간 216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4년 뒤에는 뉴미디어 계약도 재계약해야 해 그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장담할 수 없다. 중계권 수익은 KBO가 10개구단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중계 축소는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방송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남자 프로농구와 남녀 프로배구가 리그를 중단했다. 프로축구 K리그도 개막을 연장한 상태다. 사실상 스포츠채널은 손가락만 빨고 앉아 있다. KBO리그까지 리그를 축소하면 방송사들의 피해도 상상 이상이다. 자칫 국내 스포츠 산업과 마케팅 시장이 공멸할 수 있다. KBO리그는 국내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포토]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KBO 실행위원회
3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야구회관에서 각 구단 단장들이 참석한 KBO 실행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산업 전체가 도미노식 피해를 입으면 선수단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144경기 체제를 기준으로 연봉계약을 체결한 각 구단이 리그 축소에 따른 연봉 하향 조정에 나설 수도 있다. 현장에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경기수를 줄이는 게 좋다”는 의견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돈 맛을 알고 있는 선수단이 기꺼이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도쿄 올림픽과 포스트시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시즌 개막을 마냥 늦출 수는 없다. 현실적 마지노선을 정해둔 상태로 최대한 버티기로 결정한 이유는 KBO리그 산업화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KBO와 10개구단의 의지다. 리그는 하나이지만, 이미 거미줄처럼 얽힌 산업구조까지 들여다본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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