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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기나긴 페넌트레이스를 완주하려면 경기 시작을 책임지는 선발투수의 중요성이 어떤 포지션보다 중요하다. 최소 나흘, 길게는 엿새가량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관리하는 선발투수의 특성상 불펜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로테이션을 지켜줘야만 한다. 선발싸움으로 정규시즌 순위가 갈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토종 에이스 기근 현상에 따라 외국인 투수들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도 마찬가지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10개구단 20명의 외국인투수 중 11명이 새얼굴이라는 점은 팬들에게는 흥미요소이지만 각 구단에는 불안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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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ngth=파워피처가 대세
새 외국인 투수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강속구를 던진다는 점이다. 두산 크리스 플렉센을 비롯해 SK 닉 킹엄과 리카르도 핀토, KIA 애런 브룩스, 드류 가뇽, KT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NC 마이크 라이트, 롯데 애드리안 샘슨 등은 시속 150㎞에 육박하거나 뛰어넘는 강속구 투수들이다. 빠른 공을 기반으로 투심과 컷패스트볼 등의 무빙 패스트볼계열, 체인지업, 커브 등을 장착해 파워피처들의 향연을 지켜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빠른 공은 저반발 공인구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 KBO리그 타자들은 “타이밍이 조금만 늦어도 빠른 타구를 만들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팬들 입장에서도 구위로 타자를 제압하는 투수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올시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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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kness=블라인드 테스트
KBO리그를 경험한 외국인 투수에 비해 뉴 페이스들은 리그 적응기 없이 곧바로 정규시즌을 맞이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다. SK 핀토는 이미 스프링캠프에서 적응을 잘 못하는 모습을 보여 귀국 직후 스페인어 통역이 따라 붙을 정도였다. 힘대 힘으로 맞붙는 메이저리그식(ML) 야구와 달리 KBO리그는 타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공이 날아들 때까지 끈질기게 버티는 편이다. 특히 저반발 공인구 도입으로 장타력이 급감하자 선구안 향상에 열을 올리는 타자가 많았다. 낯선 문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난타당하거나, 조기강판되면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지난해 큰 기대를 받고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KIA 제이콥 터너는 개막 초반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면서 소위 멘붕에 빠져 시즌 끝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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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rtunity=ML 재도전과 영파워
설령 개막 초반 고전하더라도 ML에 재입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은 또다른 동기부여다. 두산 플렉센(26)과 SK 핀토처럼 20대 중반에 KBO리그를 찾은 젊은 투수가 대부분이라 KBO리그에서 성장해 ML에 재도전할 수 있다는 확신은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준다. 동시에 선수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KBO리그 특유의 코칭 문화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된 덕분에 시간을 두고 구위를 가다듬을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미 애리조나 연착륙에 성공한 메릴 켈리와 올해 밀워키를 통해 ML 재입성에 성공한 조쉬 린드블럼 등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에 뚜렷한 목표를 갖고 한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키움 제이크 브리검, LG 타일러 윌슨 같은 KBO리그 베테랑들이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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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at=불확실성 따른 루틴 붕괴
첫 단추를 꿰기까지 과정이 가장 큰 위협요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연기된 터라 시즌 준비 과정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팀간 교류전도 원격차단 돼 다른 팀 선수들과 그라운드 위에서 정보를 교환할 기회도 없다. 리그 특성 파악도 못한 상태인데 개막일까지 오리무중이니 매년 시즌을 앞두고 지켜온 루틴을 새로 짜야할 상황이다. 투수는 특히나 예민한 포지션이라, 작은 루틴 변경이 경기력에 크게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등 해외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 가족 걱정으로 경기 준비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