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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오는 27일 한진그룹의 운명이 달린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이 소송전으로 번지며 격화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의 경영능력 자격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한진그룹과 3자 연합의 일원인 반도건설 사이에서 지분 투자 배경을 두고 진흙탕 공방이 벌어지면서 양측의 싸움은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한진칼은 16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3자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반도건설과 사모펀드 KCGI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8.28%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진칼은 반도건설이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바꾼 올해 1월 이전부터 실질적인 경영 참여를 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르면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 이는 보유목적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당시 반도건설은 경영참가 의사를 보이지 않았지만 향후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한진그룹 명예회장직, 한진칼 임원 선임 권한, 부동산 개발권 등을 요구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만약 반도건설이 허위 공시를 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반도건설이 보유한 의결권 유효지분 8.20% 중 3.20%의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은 “지난해 7월경에 2~3차례 만남을 가졌다. 해당시기 전후로 반도건설 측 지분은 0~3%였다. 때문에 지난해 조 회장을 만난 당시 명예회장 요청 등 경영 참여 요구를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부인했다.

또한 한진칼은 KCGI에 대해서도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규제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KCGI가 개설한 홈페이지인 ‘밸류한진’의 주주방명록에 연락처 등을 남긴 한진칼 주주에게 이달 7일부터 연락해 KCGI에 의결권을 위임해줄 것을 권유하고 직접 주주를 방문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했다는 주장이다. KCGI는 지난 6일 위임장 용지와 참고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152조와 153조에 따라 2영업일이 지난 뒤인 11일부터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가 가능했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앞선 7일부터 의결권 위임권유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KCGI가 보유한 투자목적회사(SPC)의 투자방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SPC가 단독 또는 공동경영에 관한 자본시장법 규제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KCGI가 자본시장법상 주요 주주로서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3자 연합 측은 “비상식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측도 입장문을 통해 “조 회장과의 회동은 고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 이후 도움을 요청하는 만남을 먼저 요구해 이뤄진 것으로 위로와 격려 차원이었다. 한진 측이 권 회장의 답을 몰래 녹음하고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으로 배신감에 할 말이 없는 상태”라고 반박했다.

내부 싸움에 더해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주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이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모두 조 회장 연임에 찬성을 권고하면서 조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서스틴베스트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를 권고하면서 다시 양측의 표심의 향배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서스틴베스트가 반대표를 던진 것은 한진그룹의 기업가치가 훼손된데 조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폐쇄된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보유한 지분의 비율은 조원태 회장 측이 37.25%, 3자 주주연합이 31.9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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