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흥국생명 신인 박현주. 제공 | 한국배구연맹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신인왕에 도전하는 박현주(19·흥국생명)는 지금보다 미래를 본다.

박현주는 2019~2020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신인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박현주는 이번 시즌 25경기 82세트에 출전해 103득점, 공격성공률 34.45%를 기록하며 흥국생명 레프트 공격의 감초 구실을 하고 있다. 특히 중후반기 활약이 좋아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현주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사실 이번 시즌에는 배우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경기에 많이 출전한다거나 신인왕에 도전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적이 없다”라면서 “그래서 더 차분하게 시즌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인왕을 받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팀이 잘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신인왕과 우승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우승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도 신인왕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으신다.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상을 의식하면 힘이 들어갈 수 있다고 제 플레이에 집중하라고 하신다. 제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박현주가 꼽은 이번 시즌 활약의 배경에는 팀 동료들이 있다. 흥국생명에는 이재영과 김미연 등 수준급 레프트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재영은 국내 최고의 레프트고 김미연도 박현주가 롤모델로 삼기에 충분한 자원이다. 박현주는 “언니들에게 배울 게 정말 많다. 몸 관리부터 훈련, 디테일한 부분 하나 하나까지 꼼꼼하게 보면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니들이 있기 때문에 저도 힘들지 않게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공을 돌렸다.

박현주의 최대 장점은 서브다. 애초 박현주는 주임무는 원포인트 서버였다. 날카로우면서도 빠르게 상대 코트를 파고드는 서브가 박현주의 무기다. 박현주는 이번 시즌 서브로 27득점을 기록했다. 세트당 0.329개에 달한다. 박현주보다 세트당 서브 득점이 많은 선수는 문정원(한국도로공사 0.381), 강소휘(GS칼텍스 0.371), 황민경(현대건설 0.333) 등 세 명뿐이다. 박현주는 “사실 이번 시즌에는 제가 아무 것도 모르고 겁이 없어서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실수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늘 강하게, 과감하게 했더니 결과가 잘 나왔다”라면서 “아마 시간이 지나면 저도 더 조심스럽게 서브를 넣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상대 허를 찌르는 서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잘하고 싶다. 파워도 키워야 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언젠가는 저도 문정원 언니처럼 모두가 인정하는 서브퀸이 되고 싶다”라는 바람을 얘기했다.

최근 박현주는 태광그룹 임원 동호회로부터 받은 서브퀸 상금 100만원을 전액 기부했다. 신인에게 적지 않은 돈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했다. 박현주는 “제 돈이 아닌 것 같았다. 좋은 곳에 쓰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많이 알려지면서 부담이 생겼다. 큰 관심을 얻을지 몰랐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배경을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박현주는 컨디션이 가장 좋은 시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리그가 중단되면서 기량을 선보일 수 없게 됐다. 박현주 입장에서 아쉬운 상황이다. 게다가 혹시라도 감염 위협이 있을까봐 자가격리 수준으로 숙소에서만 지냈다. 그는 “답답하다. 경기에 정말 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들 힘들어 하고 있다. 배구와 경기, 팬의 소중함을 간절하게 느끼는 시기”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