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투4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KBS2 ‘해피투게더 시즌4’(이하 해투4)가 시즌 종영한다. KBS2 최장수 예능 프로그램의 씁쓸한 퇴장이다.

2001년부터 약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목요일 밤을 책임지던 ‘해피투게더’가 2일 방송을 끝으로 시즌4를 종료한다. 지난 17일 KBS2 측은 “지난 19년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온 ‘해피투게더’는 잠시 시즌을 멈추고 재정비에 들어가기 위해 휴지기를 갖는다”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시청률 고전으로 인한 시즌 종료인 셈이다.

‘해피투게더’가 19년간 시즌을 이어오며 공식적인 휴지기를 가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즌1(2001~2005), 시즌2(2005~2007), 시즌3(2007~2018)를 이어온 ‘해피투게더’는 지난 2018년 10월 문을 연 시즌4에서 오랜시간 함께 해온 박명수 대신 배우 조윤희를 합류시키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감행했다. 그러나 1년 6개월 만에 종영을 알리며 역대 시즌 중 가장 빨리 퇴장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일각에서 ‘해피투게더’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해피투게더’의 위기는 여러번 대두됐지만 이번 ‘해투4’에서는 그 한계가 더욱 두드러졌다.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방송계 전체가 토크 예능의 위기에 빠진 가운데, ‘해투4’는 기존 토크쇼 형식 고수하며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고, 이는 시청률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3~4%대를 유지하던 시청률도 동시간대 방송되는 TV조선 ‘미스터트롯’, SBS ‘맛남의 광장’ 등에 밀리면서 2%대로 떨어지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금 시점에서 ‘해피투게더’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함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즌1 이후 그간 ‘쟁반 노래방’ ‘웃지마 사우나’ ‘해피투게더 프렌즈’ ‘야간매점’ 등 코너들을 통해 기존 토크쇼에 재미를 더할 수 있는 방법들을 꾸준히 찾았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 시즌 종영 직전 4주간 선보인 ‘아무튼, 한달’ 프로젝트도 시청률은 부진했지만 변주하려는 제작진의 의지가 엿보인 시도였다.

제작진 역시 이번 휴지기는 시즌 종영일뿐 프로그램 폐지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제작진 측은 2~3개월 간의 재정비 기간을 가진 뒤 기존의 토크쇼 형식이 아닌 완전 탈바꿈해서 돌아올 것을 예고했다. 특히 최근 ‘콘서트 7080’, ‘안녕하세요’, ‘섹션TV 연예통신’ 등 KBS 다수의 장수 프로그램들이 종영을 맞고 있는 가운데, ‘해투4’는 사라지고 있는 장수 예능들 속에서 명맥 유지에 대한 책임감 또한 깊은 분위기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해피투게더’. 이젠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치열한 예능 시장 경쟁 속에서 20년 넘는 시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그만한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간 쌓아온 경험을 지분 삼아 고집 대신 과감한 변주로 이전에 보지못했던 색다른 ‘해투’를 만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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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