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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행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난감해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당시보다 현재 업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부채가 더욱 많아져 짊어져야할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에 약 1조4700억원을 제 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연기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일정을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이라고 변경해서다. 공시 변경을 놓고 업계 안팎에서는 전체적인 인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13일 기준 8449억원대로 현산이 제시한 인수가 2조 5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실적도 좋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43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고 부채비율은 1386.7%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치솟았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악화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미래에셋대우의 자금동원력이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인수 불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선 경영진 임금 삭감, 의무 무급 휴직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손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결국 최후의 보루인 KDB산업은행(산업은행)이 나서서 자금 지원을 해줄지 여부가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추진할지 안할지를 결정짓는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납부한 계약금 2500억원을 손해보더라도 인수를 포기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다. 향후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부채를 털고 정상화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양한 우려 속에서도 현대산업개발 내부에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해야한다는 쪽은 인수를 포기하기에는 계약금 규모가 상당한데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항공시장도 차츰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력산업인 건설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많아 당장의 손실만 보고 포기하기엔 아깝다는 의견이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 그룹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신용도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최근에는 현대산업개발 쪽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 변경에 대해 산은과 협의하고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빌려준 차입금 상환 연기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 측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기를 내심 원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포기할 경우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어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도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하는 게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가 커졌지만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면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낫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노선의 비중이 훨씬 큰데 해외에서 코로나가 진정돼야 유동성 위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주로 유럽과 미국 노선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코로나 사태가 빨리 회복돼야 전체적으로 아시아나항공에도 유리하다. 국제기구들이 내놓은 예측을 참고하면 4분기부터 조금 진정되다가 내년부터는 완전한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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