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SK스포츠단에 소속된 선수들이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자선경매에 자신의 애장품을 내놓았다. 최정은 사인배트, 김선형은 농구화, 최경주와 이보미는 골프채를 선듯 내놓았다. 여러 선수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등교가 미뤄지는 상황에서 식사가 어려워진 취약계층 아이들을 돕기 위한 행사에 적극 동참했다.
가장 눈에 띄는 애장품은 투수 박종훈(29)이 내놓은 국가대표 글러브다. 태극마크가 선명하게 붙어있는 푸른색 글러브인데, 경매 시작가는 50만원이다. 선수들이 내놓은 애장품 중에 가장 높은 가격이 매겨져 있다. 그만큼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박종훈은 국가대표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이 남다른 선수다. 상무시절 군복에 붙어있는 태극마크를 보면서도 긍지를 느낄 정도였다. 그의 부모님이 모두 군인이었다. 그 영향으로 박종훈은 늘 국가를 위해 명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
박종훈은 국제경기 경쟁력이 있는 언더핸드 투수였지만, 좀처럼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8아시안게임 발탁에 이어 2019프리미어12에도 승선하며 꿈을 이뤄나가기 시작했다.
|
박종훈은 아끼는 2019프리미어12 글러브를 기부한 이유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가치있는게 뭘까 생각했다. 코로나19는 살면서 처음 당하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의미있는 걸 찾다가 이 글러브가 떠올랐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박종훈은 기부한 글러브를 경기중에 사용하지 못했다. 경기 직전에 받았기 때문이다. 박종훈은 “아마도 내가 (국가대표에) 뽑힐지 몰라서 그랬던거 같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완전 신품이라는 것.
프로야구 선수라면 여분의 글러브와 방망이, 장갑, 스파이크, 유니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박종훈이 이번에 내놓은 글러브는 세상에 하나 뿐이다. 박종훈은 “이번에 유니폼 기부도 생각했는데, 그건 살 수 있는거다. 그런데 국대 글러브는 내 손에 딱 맞게 제작된거라 더 의미있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다른 선수들의 기부를 격하 하는건 아니다. 박종훈은 “기부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양말 하나라도 내는게 중요하다. 기부금도 금액보다 하고 싶어서 하는거다”라고 강조했다.
|
사실 박종훈은 꾸준히 선행을 실천하는 선수다. 연봉이 적어 살림이 빠듯할때도 매달 50만원 이상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연봉이 오르며 기부액도 늘었다. 2018년부터 1승당 100만원, 1이닝당 10만원, 삼진 1개당 5만원 등을 적립해 후원하고 있다.
박종훈은 TV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래서 서너명의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돕고 있다. 가족을 통해 일찌감치 기부 문화에 눈을 떴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 이름으로 돕고 있다.
박종훈 독단(?)은 아니다. 그는 “혼자 결정하진 않는다. 아내에게 물어보고 함께 하고 있다. 그렇게 반대는 안하는 편이다. 때론 아내가 그 돈으로 다른 곳을 돕자고도 한다”라고 방싯했다.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체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박종훈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의 의미있는 행동으로 그라운드에 조금씩 온기가 맴돌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