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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국축구연맹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전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미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임금 소송은 기각 결론이 나왔다. 남자축구대표팀 선수들보다 더 많은 임금을 요구했던 전력에 발목을 잡혔다.

미 중부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의 게리 클로스너 판사는 지난 1일 미국 여자축구대표팀의 남녀 동일임금 요구 소송을 기각했다. 클로스너 판사는 여자축구대표팀의 임금 차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인 미국축구연맹(USSF)의 손을 들었다.

미국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지난해 3월 남녀 임금 격차에 따른 손해배상액 6600만달러(약 804억원)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남자 월드컵과 비교해 훨씬 적은 우승 상금을 수령했다는 이유에서였다. 2014년 남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이 3500만달러, 2018년 대회 우승팀 프랑스가 3800만달러의 상금을 챙긴 반면 자신들은 600만 달러를 받는 데 그쳤다는 점을 차별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USSF와의 과거 협상 이력으로 인해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클로스너 판사는 “당사자 간 협상 이력을 보면 여자대표팀이 남자팀과 동일하게 경기당 돈을 받는 구조 아래에서의 협상을 거부한 적이 있다. 원고가 집단적 협상에 의한 협정을 소급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USFF가 여자 선수들에게 남자팀과 같은 대우를 제시했음에도 더 나은 조건을 원했던 집단행동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간 것이다.

미국은 여자축구 세계 최강팀이다.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나란히 4회 우승을 달성할 정도로 적수가 없다. 반면 남자대표팀은 월드컵에서 1930년 3위, 2002년 8강에 간 게 최고성적이다. 성과만 놓고 보면 여자대표팀이 월등하다. 문제는 남녀 축구, 특히 월드컵 규모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월드컵의 경우 경제적 효과가 32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남자월드컵은 전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기 때문에 그만큼 상금도 많고 파급효과도 크다. 반면 여자월드컵은 과거에 비해 주목받는 대회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대중적 인지도는 떨어진다. 남자월드컵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작은 게 현실이다. USSF가 성적이 더 좋은 여자 선수들에게 남자대표팀 이상의 임금을 보장할 수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한편 2019 발롱도르 페미냉 수상자이자 미국 여자 국가대표팀의 아이콘인 메간 라피노는 미국 법원의 판결을 본 후 “우리는 평등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라며 USSF와의 싸움을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도 비행기 좌석이나 호텔 숙박 등급, 의료 지원 등의 부수적 여건에서 여자대표팀이 차별을 받았다는 내용의 소송은 6월16일까지 재판을 속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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