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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역전 홈런에 동점 홈런, 끝내기 홈런이 쏟아졌다. 롯데 팬들은 현기증이 날 만 하다. 기대를 훨씬 뛰어넘어 매일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상영되는 사직구장을 직접 가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롯데가 민병헌의 생애 첫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전날 패배 충격을 벗어 던졌다.
롯데는 1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초반 5-2 열세를 9-8로 뒤집었다가, 마무리 김원중이 9회초 선두타자 오재일에게 홈런을 허용해 경기를 안갯속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체력안배 차원에서 이날 선발 출장하지 않고 체력을 비축한 민병헌이 자신의 두 번째 타석인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두산 마무리 이영하를 상대로 우월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렸다. 9회말 끝내기 홈런은 올시즌 2호이자 통산 321호였는데 민병헌 개인에게는 생애 첫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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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중계진과 인터뷰에 나선 민병헌은 “수원 KT전 때 허문회 감독께서 (손)아섭이에게 예언을 해서 이겼다는 얘기가 알려졌는데, 오늘은 (송)승준 선배님이 ‘오늘은 네가 키가 될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 감히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고 말씀드린 뒤 겸손한 자세로 타석에 임했는데 이렇게(끝내기 홈런을 치게)됐다”며 웃었다. 그는 “올해는 롯데가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시즌 끝까지 보여드리겠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패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다음 경기 또 그 다음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달라진 팀 분위기가 말그대로 ‘진격의 거인’을 만들어 낸 셈이다.
경기내용만 봐도 그렇다. 1회초 김재환에게 2점 홈런을 내주고 끌려갔지만, 1회말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2회와 3회 계속 실점해 2-5로 끌려갔는데, 5회말 딕슨 마차도, 6회말 손아섭의 2타점 적시타를 묶어 7-5로 승부를 뒤집었다. 7회초 마운드에 오른 진명호가 대타로 나선 최주환에게 3점 홈런을 내주고 7-8 재역전을 허용했지만, 8회말 이대호가 우중간 펜스 하단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를 뽑아내 또 한 번 승부를 뒤집었다. 9회초 동점으로 더그아웃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는데, 민병헌이 호쾌한 홈런으로 공동 1위 등극을 견인했다.
‘베테랑의 팀’이라는 확실한 색깔을 내기 시작한 부산 갈매기가 한 번 호흡을 고른 뒤 다시 비상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