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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광화문점.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요즘은 서점에서 헌팅하는 게 유행이야. 이성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싶어도 클럽은 막혔고 헌팅포차는 너무 노골적이잖아. 접근성 좋고 지적인 이미지메이킹이 가능한 서점으로 향하는 거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지역사회로 확산하는 가운데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꿈꾸는 헌팅족들의 발길이 대형서점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의 유흥시설 집합금지 명령과 헌팅술집 인식 악화로 인해 유흥시설 잠재 수요가 서점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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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페 갈무리.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19일 오후 2시 교보문고 광화문점. 직원들의 철저한 감시 아래 모든 방문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하지만 헌팅족들에게 1㎜도 되지 않는 얇은 마스크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마음의 창이라는 눈만으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걸까? 헌팅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들의 타깃은 ‘혼자 서점을 찾은 이성’이다. 헌팅족들은 주로 “혼자 오셨나요” 혹은 “OO 관련 분야 좋아하시나 봐요”, “이런 거(헌팅) 처음인데 책 읽는 모습에 반했어요”, “외국어 스터디 같이 하실래요” 등의 말을 건네며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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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갈무리.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픽업 아티스트 A씨는 “서점은 2030 젊은 수강생들이 선호하는 헌팅 장소다. 중년들이 등산을 가는 것 처럼 말이다. 낯선 사람이지만 책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서점에 방문했다고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게 경계를 낮추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많은 커플이 탄생하는 대학교 캠퍼스 도서관을 생각해보라. 직장인들도 그런 공간을 원한다. 대다수가 시간을 때우거나 서적을 구입하기 위해 혼자 서점을 방문하는데 이들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면 헌팅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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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페 갈무리.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그동안 사적인 목적으로 서점을 찾는 사람은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 들어 이런 발걸음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방문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독서와 서적 구입을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서점을 찾은 사람들이 특수한 목적을 갖고 접근하는 헌팅족들로 인해 서점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B씨는 “평소 인기가 많은 스타일이 아닌데 서점을 방문할 때마다 낯선 사람이 번호를 달라고 요구한다. 서점인지 이태원인지 헷갈릴 정도다. 헌팅 수요가 여기까지 왔나 싶어 매우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포교활동이나 헌팅 행위로 인해 불편감을 느낀다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시기 바란다. 앞으로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도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certa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