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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한류스타 송승헌이 ‘인생캐릭터’를 만난 듯 하다.
강약 조절이 완벽한 유쾌한 로맨틱코미디물 MBC월화극 ‘저녁 같이 드실래요’가 25일 첫 방송한 가운데, 맛깔난 전개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까칠하지만 허당끼 넘치는 정신과의사 겸 음식심리치료사 김해경(송승헌 분)과 똘끼 충만하고 세상 씩씩한 온라인콘텐츠 회사 PD 우도희(서지혜 분)의 조합이 첫 방부터 큰 웃음을 안겼다.
특히 KBS2‘흑기사’ tvN‘사랑의 불시착’ 등을 통해 로코의 전형성을 가볍게 뛰어넘는 존재감을 보여온 서지혜는 대선배 송승헌과 찰떡 케미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극의 중심을 탄탄히 쥐고가는 연기력으로 만점 활약했다.
이날 방송에서 우도희와 김해경은 제주행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게 됐다. 둘은 몰랐지만 행선지도 같았다.
도희는 제주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남자친구 영동(김정현 분)과 롱디 중이었다. 음식취향은 다르지만 서로 사랑했고, 이제 곧 남자친구는 프로포즈를 할 듯 했다. 반지 사진을 보내왔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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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콘텐츠회사 PD인 도희는 전공을 살려 생애 가장 특별한 프로포즈의 순간을 영상으로 담기 위해 카메라를 켜고 비행기에 오른 참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해경은 출장진료를 가는 길이었다. 정신과의사 해경은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의뢰인의 멘탈을 살피고 치료해주는 국내 유일의 ‘푸드테라피스트’ 이기도 했다. 이별 후 여러 차례 자살시도를 한 의뢰인을 만나기 위해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는데, 하필 옆자리에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 수다스런 여자가 앉은 거다.
비행기 좌석에 붙은 버튼이란 버튼은 다 눌러보며 잔뜩 들떴던 도희는 지나가던 승무원 은서(서은수 분)에게 “제가 아마 오늘 남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받을 것같다. 그 과정을 다 영상으로 담으려고 하는데, 축하 멘트 좀 해달라”고 부탁했고, 은서는 “예비신랑님의 프로포즈, 또 앞으로 있을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신혼여행 갈때는 꼭 우리 항공을 이용해주세요”라며 친절하게 촬영에 응했다.
미션에 성공한 도희는 옆자리의 해경에게 “저기…제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라고 말했고, 해경은 단칼에 “못 합니다. 싫습니다”라며 말을 잘랐다. 이에 도희가 속으로 ‘우와 치사빤스 뽕이다, 뽕. 인정머리 없기는’이라며 욕을 하자 해경은 “네?”라며 되물어 도희를 놀라게 했다.
해경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 도희는 ‘뭐야 저 사람. 혹시 영매?’라며 입술을 씰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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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아름다운 제주 해변에 자리한 파란색 레스토랑 1층에서 이별후유증에 시달리는 환자 김현숙을 만났다. 김현숙은 “남들은 헤어지고도 다 잘 사는데, 왜 나는 계속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건지 다 내 잘못인 것같다”고 말했다. 환자의 안색과 표정, 동작을 유심히 살피며 상담을 진행하던 해경은 뜻밖의 인물 덕분에 식사와 진료를 중단했다.
바로 카메라를 든채 문제의 레스토랑 사장이자 남자친구를 찾아 2층에 올라간 도희의 사자후 때문이었다. 상황을 아는 직원들의 만류를 뚫고 계단을 오른 도희는 남자친구가 의문의 여자와 사랑을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이윽고 올라간 현장에는 프로포즈 풍선과 꽃이 있었고, 영동은 승무원 차림의 여성과 딥키스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문제의 여성은 기내에서 자신에게 프로포즈 축하 인사를 해줬던 바로 그 승무원 은서였다. 은서는 “고객님? 저 고객님이 그 여자분이야? 정리했다며”라며 영동을 째려봤고, 도희의 분노의 주먹을 온몸으로 맞은 영동은 2층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뜻하지 않게 좋은 구경을 하게 된 레스토랑 손님들은 일제히 숨을 죽이며 이 광경을 바라봤다.
다시 안으로 들어와 대화를 하기로 한 영동은 “언젠가부터 니가 10번을 전화하면 8번을 받기 싫어졌어. 네가 여행 가자면 안 갈 핑계부터 찾게됐고, 네가 사진을 보내도 1장도 저장 안 하게 되더라. 결정적으로 너랑 밥먹기가 싫어졌어. 사랑하는 사람이랑은 밥먹을 때 의지로 먹어야하는 거잖아. 그런데 너랑은 의무로 먹게 됐어. 먹어야하니까 먹게 됐다고”라고 말했다.
비참한 이별통보에 도희는 “엄마가 바람 피우면 싹둑 잘라내라고 하더라. 그런데 단무지 끄트머리는 만두소에라도 넣지 네 건 어디다 쓰겠냐. 그냥 잘 간수해라. 그동안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이 찌질한 새끼야”라며 뛰쳐나갔다.
숨을 죽이고 이 모든 상황을 경청한 아래층 손님들의 분노가 이어진 가운데, 김현숙은 돌연 “자 여러분. 여기 계신 이 분은 유명하신 정신과의사시다. 이 분이 저 여자분을 도와줄거다”라며 갑자기 맞은 편에 앉은 해경을 소개했고, 손님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은 해경은 얼떨결에 택시를 타고 도희의 뒤를 쫓았다.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차인 실연의 상처로 혹시라도 도희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약간의 걱정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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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떠난 도희는 연인들의 사진 스팟으로 유명한 바닷가 바위 끝에 서있었고, 때마침 분 강풍 때문에 살짝 휘청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멀리서 바라본 해경은 도희가 절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줄 알고 힘차게 달려갔다.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던 도희는 갑자기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해경을 피하며 “뭐야”라는 반응을 보였고, 중심을 잃은 해경은 바다에 빠져 결국 도희가 그를 구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정신을 차린 해경은 “아니 피하면 어떡하냐?”고 화를 냈고, 도희는 “그럼 태클을 온 몸으로 받으란 거냐”고 답했다. 다시 해경이 “내가 물에 빠지려는거 구해준 거 아니냐”고 하자 도희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 건 나다”라며 황당해했다.
한편 해경은 물에 뛰어들며 바위에 부딪힌 탓인지 가벼운 뇌진탕 증세가 왔고 눈앞에 상이 두개로 겹쳐 보였다. 이에 도희에게 “그럼 옆에 있는 친구분, 옷이 똑같은 친구분이랑 그럼 잘 가시라”라고 말했고, 도희는 “내 옆에 대체 뭐가 있다고. 진짜 혹시 영매세요?”라며 질색했다.
결국 해경은 뒷머리에서 피를 흘린채 쓰러졌고, 도희는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 하얀 반창고를 붙이고 떡진 머리로 정신을 차린 해경은 “스케줄이 엉망이 됐다”며 한숨을 쉬었고, 도희는 피묻은 옷을 대신해 그에게 꽃무늬 몸빼옷을 내밀었다.
해경은 “꼭 이런 극단적인 레트로풍으로 해야 했냐. 나 놀리는 거냐”라며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공항까지 그를 배웅한 도희의 배에서 우렁차게 울리는 ‘꼬르륵’ 소리를 듣고는 잠시 망설이다 “그럼 요기부터 하시라”며 뒤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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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출국장을 향해 걸어가던 해경은 병원에서 잠결에 들었던 도희의 말이 떠올랐다. 도희는 “그깟 남자한테 채인걸 가지고 세상이니 심장이니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냐고요. 얼마나 사랑했던 얼마를 만났던 이별은 이별이잖아요. 혼자 남겨지는게 얼마나 아픈데”라며 혼잣말을 했다.
도희의 말을 떠올리다 해경은 지난 이별의 기억을 꺼냈다.
첫사랑 진노을(손나은 분)은 그와 이별하며 “너무 이상해. 내가 오빠를 떠나는 건데 내가 혼자 남겨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왜 오빠는 아무 것도 잃은 게 없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오빠는 남겨지는데 너무 능숙해”라며 원망하듯 말했다.
노을을 떠나보낸 뒤 건조하게 살아왔던 그는 ‘세상 그 누구도 남겨지는데 익숙해지는 사람은 없어. 그 누구도’라면서 돌아섰다. 다시 도희가 있던 자동차로 돌아온 해경은 “저녁 같이 드실래요?”라며 인사해 두 사람의 앞날에 궁금증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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