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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2015년 6월 2일. 이흥련이 야구인생에서 잊지 못하는 날 중에 하나다. 당시 삼성 소속이던 그는 롯데를 상대로 4안타 경기를 했다. 이흥련은 팀내 베테랑 진갑용, 이지영에 이어 세번째 포수였다.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날 3번째로 선발출전한 백업 포수에게 4안타를 기대한 사람은 없었다.
어느 스포츠 종목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야구도 타석에 많이 서고 수비를 많이 할수록 경기력이 향상된다. 그런 측면에서 주전은 백업에 비해 더 안정적으로 경기력을 유지하고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반대로 백업 선수는 가끔 찾아오는 기회를 잡아야 하기에 부담은 크고 적응력은 떨어지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흥련은 8번 타자로 출전해 4타수 4안타 2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타석에 서는 족족 안타치고 출루했다. 4안타는 그의 한경기 최다안타 기록이 되었다. 맹타를 휘두른 비결에 대해 이흥련은 “운이 좋았다”고 했다. 야구를 하다 보면 잘 맞은 타구가 수비수 글러브에 들어가기도 하고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기도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자신은 운이 좋아 4안타를 쳤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행운이 따라준다고 해도 투수의 공을 모두 그라운드의 빈 곳으로 날려 보내기는 힘들다. 안타 4개를 전부 운으로 돌릴 순 없다. 사실 이흥련은 소문난 연습광이었다.
일화가 하나 있다. 류중일 감독은 그의 원정경기 룸메이트로 구자욱을 특별 지명했다. 이유가 있었다. 실력에 출중한 외모까지 겸비한 1군 2년차 구자욱이 이흥련을 보고 배우길 바랐다. 라이징 스타가 성실한 이흥련을 곁에서 보면 다른 길로 새지 않고, 야구에만 몰두할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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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흥련은 삼성을 떠나 두산을 거쳐 지난 30일 SK로 이적했다. 그동안 주전 포수로 자리잡지 못했다. 백업으로 프로생활을 계속했다. 그런데 SK 유니폼을 입자마자 사고(?)를 쳤다. 5년 전 이맘 때를 소환했다. 홈런 포함 3안타를 몰아치며 팀의 3연승을 견인했다. 홈런은 1332일만에 손맛을 봤다.
이흥련은 터줏대감 이재원의 부상 복귀까지 안방 자리를 맡았지만, 첫 날부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인 것. 높게 평가받은 수비력 뿐 아니라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며 안방의 약점을 말끔하게 지웠다.
더그아웃에선 동료들이 그를 향해 공격형 포수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흥련은 “안타를 운으로 쳤다”고 언급했다. 5년 전 그때와 같았다. 그러면서 “방망이는 오늘 3안타 치고 내일 4삼진 먹을수도 있다. 팀에서도 수비 안정감과 투수리드를 원한다. 그쪽에 초점을 맞추겠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흥련은 5년전 4안타를 기록한 뒤, 다음날 경기에서도 주전 마스크를 썼다. 하지만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경기후반 이지영과 교체됐다. 4안타 경기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시간이 흘러 SK 유니폼을 입고 3안타 경기를 했다. 조명을 한껏 받은 이흥련은 말했다. “첫날부터 너무 임팩트가 있어 내일이 좀 걱정된다”고 웃으며 “우선하는 건 수비에서 실수없이 잘 잡아주고 막아주고 도루를 잡는 평범한 것들이다. 수비에서 슬럼프 없이 꾸준히 잘하고 싶다”라고 했다.
SK 염경엽 감독은 “이재원이 돌아올때까지 이흥련이 선발포수로 출전한다”고 했고 두산 김태형 감독은 떠나가는 이흥련에게 “기회가 훨씬 많을거다. 너에게 더 좋은 길인거 같다”라고 응원했다. 그리고 4년만에 홈런을 때려낸 이흥련은 채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상대팀 분석자료를 읽으며 다음 이닝을 준비했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