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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상훈 기자] 오래된 차의 떨리는 소리, ‘그르렁’ 소리를 내는 디젤 차량의 엔진음 등 장시간 운전 시 피로를 야기하는 소음과 진동은 적을수록 운전자의 환영을 받는다. 그런 면에서 전기차는 최상의 정숙함을 자랑한다. 엔진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 수소전기차처럼 전기 모터로 주행하는 친환경차는 엔진소음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엔진음이 없어 주행 중 골목길이나 주차장에서 보행자가 차량 접근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차량이 시속 30㎞ 이하로 주행할 때 반드시 75㏈ 이하의 경고음을 내야 하고 보행자가 알 수 있도록 전진 속도에 맞춰 가상 엔진 소리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의 엔진음을 발생시켜 보행자에게 인지시키는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Virtual Engine Sound System, VESS)을 개발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에 적용했다.
우리나라 역시 친환경 차량에 VESS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VESS는 엔진룸 안쪽에 스피커를 설치해 엔진음을 출력하는 구조로 구조상 보닛과 범퍼에 가려져 사운드의 전달률이 떨어지고 특정 주파수에서 공명 현상이 일어나 의도했던 소리와 다르게 들리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꼭 필요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전기차에서는 장식에 불과하다는 점에 착안한 발상의 전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개념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을 선보였다.
현대모비스의 새로운 VESS는 차량 전면부 그릴 커버를 스피커 진동판으로 사용해 가상 엔진음을 출력하는 시스템이다. 진동자형 액추에이터를 전면 그릴에 부착해 그릴 자체가 사운드를 재생하게끔 만들었다. 이렇게 그릴이 스피커 기능을 하게 되면 외부로 노출된 그릴 커버로 직접 소리가 전달되기 때문에 음압 손실, 음질 왜곡이 없어 소리가 보행자에게 선명하게 전달된다. VESS는 단순히 경고를 위한 전자음만 출력하던 기존 시스템과 달리 방향지시등 소리와 충전상태를 알려주는 알람까지 전달할 수 있다. 이를 음악 재생 스피커로도 사용한다면 야외에서 캠핑할 때 스피커를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현대모비스는 VESS 기술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의 무빙부 설계를 강화하고 무게를 기존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낮추고 크기도 절반으로 줄였다. 이렇게 발상의 전환을 통해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거듭난 VESS는 보행자에게는 안전을, 운전자에게는 첨단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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