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삼성 이성규, 시즌 2호 홈런포!
삼성 라이온즈 이성규.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삼성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개막 전만해도 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어느새 승률 5할을 웃돌며 중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개인이 아닌 팀으로 짜임새 있는 전력을 과시해 눈길을 끈다.

27일 현재 타율, 타점, 득점, 홈런 등 공격 주요부문에는 톱10에 이름을 올린 야수가 없다. 선발 원태인이 평균자책점 6위(2.96), 뷰캐넌이 다승 공동 5위(5승) 우규민이 세이브 공동 4위(7개)에 오르는 등 마운드가 부쩍 힘을 내고 있다. 팀 타율 8위(0.262)에 불과하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3위(4.31)에 올라 지키는 야구로 회귀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부족한 공격력은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득점확률을 높이려고 노력 중이다. 팀 도루 1위(43개)와 득점권 타율 5위(0.293) 등은 삼성의 색깔 변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다.

[포토] 삼성 박승규, 전력 질주!
삼성 라이온즈 박승규.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선수 구성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린 러프가 이탈해 장타력이 감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운드도 두 명의 외국인 투수와 이달 9일 1군에 복귀한 오승환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존 멤버다. 같은 선수로 다른 결과값을 도출하는 이유를 구단 안팎에서는 허삼영 감독의 과감성으로 평가한다. 소위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해 성공시대를 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지난 2016년부터 3연속시즌 하위권에 머물던 팀이라, 초보 사령탑에게는 성적 부담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러나 허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확실히 하면서 이기는 방법을 찾는 게 팀 성적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작은 가능성만 있다면 선수들의 절실함을 믿고 과감하게 기용하는 운영 철학이 뿌리내린 이유다. 이성규, 박승규, 이성곤, 김지찬 등 1군에서는 낯선 선수들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게 된 배경이다.

마냥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 삼성 최태원 수석코치는 “감독님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분위기 속에서 각자 가진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선수에게는 당연히 기회를 줘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고 싶은 선수들에게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준 게 최근 상승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눈치보지 않고 각자 자기 야구를 마음껏 할 수 있으려면, 역설적으로 그만큼 준비가 돼 있어야만 한다. 기회를 받았을 때 주눅들지 않을 수 있는 동력 또한 스스로 ‘충분히 준비했다’는 자부심에서 출발한다. 부족한 부분을 부끄러워하고 이를 채우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는, 말그대로 ‘프로의식’으로 무장한 선수들은 눈빛이나 작은 행동에서부터 도드라진다는 게 삼성 코칭스태프의 시각이다.

[포토] 삼성 허삼영 감독, 오늘은...꼭!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은 코칭스태프가 주도한 ‘즐거운 그라운드’ 분위기에 조금씩 녹아들기 시작했고, 여러 이유로 주눅들어있던 ‘자기야구’를 마음껏 펼치다보면 승리가 따라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기 시작했다. 개막 한 달 간 등락을 거듭했지만 자신감이라는 무형의 무기를 장착한 이후 선두 NC나 지난해 우승팀 두산도 두려워하지 않는 팀으로 거듭났다.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많아 여름레이스를 거치면 힘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현재 삼성은 선수 개개인이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 문화를 갖기 시작했다.

허 감독은 “지고 싶은 선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지고 싶은 감독도 없다. 프로라면 누구나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한다. 이기기 위해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정확하게 해내다보면 상대의 빈틈을 발견할 수도, 우리의 장점이 부각될 수도 있다고 본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길게 보고 천천히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사자군단이 사냥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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