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영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K팝의 글로벌한 인기로 한국 음악시장은 이제 글로벌 음악산업에서 새로운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K팝 뿐만 아니라 힌국에서 인기있는 팝 음악도 글로벌시장에서 히트곡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거 해외 가수들의 앨범을 수입, 유통에 집중했던 속칭 3대 직배사(워너뮤직코리아·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유니버설뮤직)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신들의 역할과 활동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모든 직배사는 팝 음악과 아티스트를 국내 소개하고 유통하는 전통적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이제는 국내의 유망한 소속사나 아티스트가 해외서 성공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하는 업무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워너뮤직코리아는 다른 직배사와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진 소통방식으로 소속 해외 아티스트와 국내 팬들과의 거리를 좁혔고 다양한 파트너쉽을 통해 한국 음악산업 성장과 선순환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4년전부터 워너뮤직코리아를 이끌었던 진승영 대표이사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진승영 대표는 “우리가 유통을 하거나 파트너를 맺은 아티스트가 성공해서 만족했거나 ‘워뮤코(워너뮤직코리아) 일 좀 한다’는 코멘트를 보면 기분이 좋다. 또 앤 마리와 같은 가수가 한국에서 인정받고 팬들에게 사랑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며 말문을 열었다.

진 대표는 특히 ‘한국 음악 시장은 어렵지만 매력적’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에서 시작되는 트렌드가 아시아는 물론 세계로 퍼지고 있기에 꼭 진출해서 성공하고 싶은 시장이다. 혼네(HONNE)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미국과 영국 투어를 하게 됐다. 또 ‘핸드 클랩(HandClap)’이라는 곡은 한국에서 유행하면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제 미국이나 영국 등 본국에서 인기를 얻고 해외로 나가는 공식이 아니라 한국과 같은 영향력을 가진 어느 곳에서 인기가 있으면 전 세계 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승영

현재 워너뮤직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진승영 대표의 이력은 조금 남다르다. 미국 출신인 그는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어바나 샴폐인에서 금융경제학 및 세무회계학을 전공한 후 도이치뱅크증권, 와코비아 등 글로벌 투자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국에서 외국계 증권사에서 투자 업무를 하다 제안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거절했다. 항상 음악에 관심이 있고 음악관련한 벤쳐 일도 했지만 내가 워너뮤직코리아를 맡아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다. 직배사로서 다양한 파트너쉽을 맺으면서 한국 음악산업에 더 크게 진출하고 자체 아티스트를 제작, 해외마케팅도 할 수 있는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을 원하셨다. 문화산업 분야에 와서 기여하고 있는 것이 즐겁다.”

2016년 진 대표가 취임한 후 지난 4년간 워너뮤직코리아는 3배 정도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애드 시런( Ed Sheeran), 콜드플레이(Coldplay), 두아 리파(Dua Lipa) 앤 마리(Anne-Marie)뿐 아니라 지난해 글로벌 가요계를 들썩이게 한 리조(Lizzo)와 톤스앤아이(Tones and I)까지 워너뮤직그룹 소속 아티스트의 활발한 국내 홍보를 통해 탄탄한 팬덤을 쌓았다. 특히 지난해 내한공연이 취소되자 현장의 팬들을 위해 깜작 무료 공연을 펼치기도한 앤 마리(Anne-Marie)의 대표곡 ‘2002’는 2019년 가온 연간 디지털차트, 다운로드차트, 스트리밍차트에서 팝송 최초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4년전 국내에서 팝 음악의 스트리밍이 연간 1위가 될 거냐고 물어보면 ‘불가능하다’고 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팝과 같은 외국 음악시장이 정체되어 있고 종합음악차트에서 팝 음악을 찾기 어려웠다. 소비자들이 팝을 안 찾는다고 느꼈는데 우라는 특정한 곡보다는 팝 아티스트 자체를 소개 시켜주면서 친근하게 다가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는데 앤 마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진승영

속칭 세계 3대 직배사 중에서 워너뮤직은 유니버셜뮤직이나 소니뮤직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고, 워너뮤직코리아는 이런 특징을 자신들만의 강점으로 살려내고 있다. 진 대표는 “사업 모델은 비슷하지만 저희가 아티스트들과 좀 더 친한 것 같다”며 미소 짓더니 “우리는 작지만 끈끈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글로벌에서도 한국의 중요성을 많이 인정해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케팅 전력이 유일한 것은 없지만 직원분들 중에 K팝과 아이돌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아이돌 소속사의 전략을 팝아티스트에도 접목시키고 변형해서 쓰는 등 소셜미디어 전략이 뛰어나다. 앞서 언급했듯이 특정 곡보다는 아티스트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려고 한다. 동시에 아티스트에게 한국시장의 중요성과 팬들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아티스트도)많이 참여하고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 자체 소셜 채널 역시 경쟁사보다 더 활성화 되어 있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Untitled-1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워너뮤직 소속 해외 아티스트는 한국팬은 물론 한국 시장과 활발한 소통을 하며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워너뮤직코리아와 파트너쉽을 맺은 국내 기획사나 레이블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4년전에는)한국 사업이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고 매출 자체도 90% 이상이 해외 유통이었다. 두번째로 목표로 한 것은 팝 음악만 마케팅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음악산업에 좋은 영향을 주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싶었다.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소수의 회사지만 지속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워너가 투자한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고도 싶었는데 우리가 파트너쉽을 맺은 기획사는 단기간 매출이 오른 것을 볼 수 있다.”

또 워너뮤직코리아는 지난해 10월 크러쉬와 핑크 스웨츠의 컬레버레이션을 시작으로 마마무 화사와 두아 리파, 그리고 창모와 스톰지까지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교집합을 만들며 협업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는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음악을 소개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스톰지에게 창모 음악과 킬링벌스를 주고 서로 작업 의사가 있으면 컬레버레이션이 이루어진다. 스톰지와 창모의 만남도 색다르고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었고 에이비식스(AB6IX)와 리조(Lizzo)와 ‘Truth Hurts’도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다.”

무엇보다 워너뮤직코리아는 최근 제이미(Jamie·박지민)을 영입, 직접 아티스트를 제작하고 프로듀싱에 나서며 사업영격을 보다 더 확장시켰다. 진 대표는 “각 기획사나 레이블과 어울리는 아티스트가 있는데 제이미는 워너와 어울리는 색이다. 제이미와 같은 아티스트를 찾기 위해 수 많은 아티스트와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며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고 작곡 능력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외국에서 살다와 언어적으로도 능통하고 해외 진출에 대한 욕심도 있다. 제이미의 다양성을 보여주면서 제이미의 색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덧붙여 그는 “우리의 성향과 맞고 어울리는 아티스트를 지속적으로 영입하려고 한다. 글로벌로 갈 수 있는 한국 아티스트를 육성하고 싶다”면서 “단순히 규모를 위해 많은 아티스트를 데려오지는 않을 것이고 아이돌 뿐만 아닌 K팝의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해외에서도 알리고 싶다. 우리는 금전적으로 실패하는 것 보다는 우리가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음악을 내는 것을 두려워 한다”고 강조했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