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항공 33호기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통보하면서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대규모 실직 사태 우려와 정부의 중재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연기하면서 딜 클로징 시점은 늦춰졌다.

제주항공은 16일 입장자료를 통해 “전날(15일)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15일 이스타홀딩스로부터 계약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받았다. 이스타홀딩스가 보낸 공문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계약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대해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과의 계약 해제 요건이 충족됐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이 해당 기간까지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스타항공의 현재 상황으로서는 제주항공의 선결 조건을 지키기가 어려워 업계에서는 이미 제주항공이 인수 의지가 없다고 전망했다. 이스타항공은 250억원가량의 체불임금을 포함해 타이이스타젯의 지급보증 문제, 조업료·운영비 등 총 1700억원의 미지급이 쌓여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과의 계약을 해제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최종 결정 시점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당장 계약을 해제할 경우 후폭풍이 큰 만큼 일단 시간을 더 가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양사의 계약 성사를 위해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불러 M&A 성사를 독려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까지 나서 체불 임금 해소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청취하며 원만한 타협을 촉구했다. 그러나 제주항공도 코로나19 여파에 올해 1분기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돼 양보를 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최근 고용부와의 면담자리에서 이스타항공이 선결조건을 일부 해소한다고 해도 인수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향후 1700억원의 인수 금융 외에 정부의 추가 지원이 제공된다면 제주항공도 의견을 바꿀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러나 정부도 정해진 예산 내에서 제주항공에만 전향적인 지원을 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이번 결정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면서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 자체가 악화된데다 전노선이 셧다운 상황이라 더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서 항공업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당장 이스타항공이 파산하면 1600여명의 실직자가 나오는데 제주항공도 사회적인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후 양측은 계약 파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법정 공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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