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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프리에이전트(FA) 계약 마지막 해, 베테랑은 여전히 달려가고 있다.
올시즌이 끝나면 최형우(37·KIA)는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2002년 데뷔 후 줄곧 삼성에서 뛰다가 지난 2017시즌 KIA 유니폼을 입은 지 4년 만이다. 사실 최형우가 천천히 걸을 만한 요소는 많았다. 전성기를 훌쩍 넘어선 나이고, 선수로서는 이미 최정상에 섰다. 삼성 왕조 시절과 KIA의 2017시즌 우승을 함께해 우승 반지가 벌써 5개나 된다. 무엇보다 KIA에 새 둥지를 틀면서 ‘FA 100억 원’ 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그러나 정점을 찍은 커리어에도 최형우는 느슨해지는 법이 없었다. 올시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알고 있다. 흔들리는 어린 선수들 대신 중심을 잡았고, 중요한 순간마다 필요한 활약을 해내며 모범 FA 해답을 썼다.
올시즌부터 지명 타자 임무를 맡은 최형우는 27일 현재 타율 0.320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를 제치고 팀 내 타율 1위에 올랐고, 홈런도 벌써 10개를 쳐냈다. ‘해결사’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활약이다. 멀티히트는 팀 내 최다(22개), 득점권 타율은 0.355에 달한다. “수비 부담을 던 대신 타석에서 좋은 활약을 하겠다”던 약속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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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기질이 100% 발휘됐던 건 7월 들어서다. 7월엔 친정팀 삼성과 벌써 6경기를 치렀다. 순위 싸움이 걸려있던 경기가 많았는데, 삼성을 상대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며 팀 상승세의 선봉장에 섰다. 지난 15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2-2로 팽팽하던 9회초 옛 동료 오승환을 상대로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트리며 5-2 승리의 주역이 됐다.
‘삼성 사냥꾼’의 활약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88 고속도로 씨리즈’에서 정점을 찍었다. 첫 경기였던 25일에는 0-2로 뒤진 6회말 우전 적시 2루타로 팀 첫 타점을 올리더니, 2-2로 맞선 8회 무사 1, 2루에서 역전 결승타를 때려내며 짜릿한 승리를 이끌었다. 26일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6-5로 아슬아슬하게 앞서던 8회말, 상대 추격의 의지를 꺾는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며 8-5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과의 맞대결에선 100%의 활약을 한 셈이다.
최형우의 활약에 힘입어 4연승을 달린 KIA는 27일 현재 리그 단독 3위까지 수성했다. 지난달 26일 키움전 승리 이후 “벌써 4위가 됐나”라고 놀라던 최형우는 그렇게 또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첫 FA 당시 100억원의 계약을 한 최형우에겐 ‘몸값만큼의 활약을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매 순간 따라붙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최형우가 걸어온 길은 FA 선수의 ‘모범 답안’이다.
younw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