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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다니엘 팔카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그라운드에 선다는 것 자체가 축복일지도 모른다. 올해 마이너리그가 완전히 문을 닫았고 이듬해에는 마이너리그 팀 40개가 사라질 전망이다. 즉 미국에서 생계 걱정없이 야구에만 집중하려면 비좁은 빅리그 문을 여는 방법 밖에 없다. 한국땅을 밟은 대체 외국인타자들의 목표점이 KBO리그 잔류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새 유니폼을 입은 삼성 다니엘 팔카(29)와 SK 타일러 화이트(30)가 그렇다. 둘다 KBO리그 잔류를 응시하고 있다. 마이너리그로 돌아가기에는 나이가 많고 빅리그 복귀는 장담할 수 없다. 초청선수로 빅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할지는 몰라도 메이저리그(ML) 보장 계약을 맺지 않은 이상 개막 엔트리 합류는 바늘구멍 뚫기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빅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팔카와 화이트 모두 지난 7월 소속팀으로부터 방출통보를 받았다.

삼성과 SK도 마찬가지다. 팔카와 화이트가 타석에서 기대만큼 생산력을 펼쳐보인다면 재계약을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SK 박경완 감독대행은 이듬해까지 고려해 화이트를 영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연히 이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와 그라운드 밖에서의 모습을 주시한다. 팔카가 2018년 빅리그에서 28홈런을 터뜨린 모습을 KBO리그에서 재현하면 삼성은 다린 러프를 향한 그리움에서 탈출하게 된다. SK 역시 2018년 빅리그에서 OPS(출루율+장타율) 0.888을 기록한 화이트가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제이미 로맥을 대체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포토] 터커 \'득점기회를 날렸어\'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지난달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IA 터커가 3회초 2사1,3루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적절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중반 KIA 유니폼을 입은 프레스턴 터커(30)는 올해 재계약에 성공했고 이대로라면 이듬해에도 한국에서 활약할 수 있다. 지난해 OPS 0.860을 기록했는데 올해에는 OPS 0.975(25일 기준)로 리그 정상급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장수 외국인선수들이 그렇듯 터커 또한 KBO리그에 적응하며 보다 뛰어난 퍼포먼스를 펼쳐 보인다. 올해 MVP 레이스 선두를 달리고 있는 KT 멜 로하스 주니어도 시작은 대체 외국인선수였다. 2017년 6월 KT와 40만 달러 계약을 맺고 태평양을 건넌 그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총 410만 달러를 받았다.

[포토] 솔로포 반즈 \'동점 만들었어\'
2020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지난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반즈가 2회초 1사 좌중월 홈런을 날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팔카와 화이트 외에 한화 브랜든 반즈, 키움 에디슨 러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만 34세인 반즈는 현실적으로 마이너리그 복귀조차 쉽지 않다. 만 26세 러셀도 키움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는 프리에이전트(FA) 신분이었다. 올해 인상적인 숫자를 찍어야 이듬해 한국 혹은 일본, 또는 빅리그 복귀까지도 타진할 수 있다.

9월 1일부터 등록되는 외국인선수는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장할 수 없다. 오는 31일이 외국인선수 등록 마감일이나 마찬가지다. 대체 외국인선수를 찾는 구단이 전무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10구단 외국인선수 구성은 이미 마침표를 찍었다. 외국인타자들의 활약에 따라 소속팀 순위는 물론 이듬해 선수 구성도 결정될 것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