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Open Golf
14년 전 2006AP연합뉴스년 윙드푸트에서 벌어졌던 US오픈 최종홀에서 잇단 미스샷 후 그린에 오른 필 미켈슨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

[LA=스포츠서울 문상열 전문기자] 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오픈이 18일(한국 시간)부터 뉴욕주 윙드푸트 골프 클럽(파 70/7,477야드)에서 벌어진다. 올해로 120년째를 맞는 US오픈은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당초 6월 19일-22일에서 9월18일-21일로 변경됐다. 출전 인원도 원래의 156명에서 144명으로 줄였다. US오픈의 총 상금 1250만 달러(146억6,875만 원)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함께 메이저 최고액이다.

윙드푸트 골프 클럽은 뉴욕시 북부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매머레넥에 소재한 명문 코스다. 2006년 이후 14년 만에 US오픈을 개최한다. 2006년 이 대회에는 PGA 투어 역사에 남을 승부였다. 골프사에 유명한 명언으로 남은 왼손 지존 필 미켈슨의 “난 정말 바보야(I am such an idiot.)”를 뱉은 대회다. 미켈슨은 올해도 US오픈 우승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스포츠 세계에서 ‘만약’은 부질없는 단어다. 그러나 미켈슨에게는 다른 5개 US오픈의 대회보다도 윙드푸트에서의 2006년 준우승이 두고 두고 한이 될 법하다. 미켈슨은 US오픈 최다 6차례 준우승을 작성했다. US오픈이 포함되면 PGA 투어 역사상 5명 밖에 존재하지 않는 그랜드슬램 달성자에 포함될 수 있었다. 마스터스 3회, PGA 챔피언십 1회, 브리티시오픈 1회 등 메이저 5승을 거뒀다. US오픈만 트로피가 빠져 있다.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2위만 무려 6차례다.

14년 전 최종라운드 최종홀 파4(450야드). 3라운드 선두였던 미켈슨은 최종홀에서도 1타 차 앞서 파만 작성하면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은 끝까지 미켈슨을 보살펴 주지 않았다. 최종일내내 흔들렸던 드라이브를 꺼내 들었다. 티샷은 페어웨이 중앙 왼쪽 나무를 맞고 떨어졌다. 두 번째 샷도 그린을 향했지만 앞에 버틴 나무를 또 맞았다. 세 번째 샷은 그린 왼쪽 벙커에 떨어졌다. 5오버파로 라운딩을 마친 호주의 제프 오길비는 클럽하우스에서 TV로 미켈슨의 연속된 미스샷을 보고 있었다. 벙커의 라이도 좋지 않은 ‘에그 프라이’였다. 프로에게도 심리적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홀에 붙이기 어려웠다. 벙커샷은 그린을 훌쩍 지나 러프로 향했고 우승마저 날아갔다. 미켈슨은 두 손을 머리에 감싸면서 “난 정말 바보야!”를 혼잣말로 되뇌였다.

결국 우승은 5오버파의 오길비에게 돌아갔고, 미켈슨은 짐 퓨릭, 스콧틀랜드 콜린 몽고메리와 6오버파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오길비의 유일한 메이저 우승은 2006년 윙드푸트의 US오픈이다.

당시 미켈슨의 준우승 후 라이더스컵 캡틴을 역임한 톰 왓슨은 “드라이브가 시종 빗나갔는데 미켈슨은 왜 3번 우드로 티샷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전략적인 판단미스로 우승을 놓쳤다며 아쉬워했다. 왓슨은 메이저 통산 8승을 달성했지만 PGA 챔피언십 타이틀이 없어 그랜드슬램 대열에 포함되지 못했다. 올해도 미켈슨의 그랜드슬램 달성을 향한 도전은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나 여건상 우승은 어렵다. 50세에 메이저 우승을 거둔 골퍼는 없다. 역대 메이저 우승 최고령자는 1968년 PGA 챔피언십을 48세4개월에 따낸 줄리어스 보로스다. moonsy1028@sportsseoul.com

US Open Golf
2006년 윙드푸트 US오픈에서 유일한 메이저 우승을 거둔 호주의 제프 오길비가 트로피를 들고 필 미켈슨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우승을 놓친 미켈슨의 표정은 덤덤하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