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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지난 8월 외국인이 국내 면세점에서 지출한 금액이 1인당 평균 1만5000 달러(약 1700만 원)를 넘어서며 역대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외를 잇는 항공편이 전면 중단되다시피 하자 국내 면세점 매출이 일부 외국인 ‘큰 손’에 의존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11일 KB증권이 한국면세점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면세시장에서 외국인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지난 1월 908달러에서 2월 1147달러, 3월 3323달러, 4월 6687달러, 5월 8652 달러로 점차 늘어나다가 6월 1만 달러를 넘어선 1만2954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7월에는 1만4275 달러, 8월에는 1만5539 달러로 급증했다.
특히 8월 지출액은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인 2019년 외국인 1인당 평균 지출액 891달러의 17배에 달한다. 외국인의 1인당 지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감소하자 본국에서 재판매할 목적으로 들어온 중국인 보따리상의 구매만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관세법상 국내인과 달리 외국인은 면세 구매액에 한도가 없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2주 간의 격리 조치 등이 시행되며 국내 입국이 어려워지자 외국인 보따리상이 한 번 입국할 때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구매액도 늘어났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을 주기적으로 오가며 국내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구입한 면세품을 현지 온라인을 통해 값싸게 판매해 수익을 낸다.
제한된 구매자를 놓고 면세점들이 유치 경쟁을 벌이며 할인폭을 키운 것도 구매액 증가에 한 몫 했다. 구매액이 높을수록 할인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면세점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할인 경쟁에 이어 국내 면세점은 중국 여행사에 보따리상을 모객해준 대가로 송객수수료를 지불한다. 보따리상 의존도가 높아지자 송객수수료도 경쟁적으로 높여 영업 이익률이 하락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20년 만에 지난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의 2분기 매출은 4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 감소했다. 698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47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도 2분기 37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롯데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합계 영업 손실은 735억원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들어오는 보따리상은 제한돼 있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 과거보다 할인 폭이 높아졌다. 내국인이 면세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급감했기 때문에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감수하더라도 판매를 우선으로 하고 있는데 하반기에는 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 효과 등으로 경영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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